자연에 담긴 대칭의 미학
- 저자
- 에른스트 헤켈
- 출판
- 그림씨
- 출판일
- 2018.01.30
생태학자 에른스트 헤켈은 현미경으로 생물의 배아를 관찰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는데, 고등동물의 배아가 다른 동물과 유사하다, 정확히는 하등동물의 배아의 형태를 띠다가 점차 고등한 형태로 발전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인간 배아가 처음에는 어류와 비슷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양서류의 배아와 비슷했다가, 점차 변화하며 포유류의 형태를 거치며 인간의 배아로서 형태가 결정된다고 했다. 이는 모든 생물이 처음부터 현재의 모습대로 창조되었으며 인간은 다른 생물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창조설에 대비되어 진화론의 형성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이를 발생반복설이라고 부른다. 다만 헤켈의 발생반복설은 잘못된 이론이었다. 그가 발생반복의 근거로 제시했던 배아의 스케치는 이론에 맞게 처음부터 조작된 그림이었고, 인간의 배아는 다른 동물의 배아와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생물의 단계를 하나씩 거쳐간다는 것은 오류였다. 사실 많은 동물이 배아 단계에서는 그냥 비슷하게 생긴 것이지, 시기에 따라 특정 동물의 형태를 가지지는 않는다. 이렇게 발생반복설은 비난받고 잊혔으나, 헤켈이 과학에 공헌한 바가 완전히 없던 것은 아니다. 우선 인간을 짐승과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원숭이에서 이어지는 개체로 여긴 것부터가 진화론에 공헌한 점이며, 생물을 관찰함에 있어서 그의 영향력은 후세까지 이어졌다.
그의 대표작인 「자연의 예술적 형상」은 그가 관찰한 다양한 생물의 모습을 세밀한 판화로 그려 엮은 책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척추동물은 거의 없고 해파리나 불가사리 등 무척추동물이나 바닷말을 포함한 균류, 그리고 헤켈의 전문 분야와도 같은 방산충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생물에 대한 세밀화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아무 설명 없이 정말 말 그대로 그림만 있기 때문에 현대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된 생물학 서적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운데, 그렇다 해서 책의 가치가 단순한 삽화집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생물의 모습은 그 자체로 영감을 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헤켈의 방산충 판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국박람회장의 입구 건축물을 디자인한 사례가 있다. 방산충의 구조는 놀라울 정도의 대칭성을 보이기 때문에 예술가들이 그 형태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방산충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생물도 아니다 보니, 생물의 구조에서 새로운 영감을 구하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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