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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우릴 위해 시를 쓰는 이유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단 세 구절로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풀꽃」의 나태주 시인이 새 시집을 낸다. 시인이 그동안 써온 시들을 엄선하여 독자들에게 건넬 만한 온전한 진심을 추려낸 결과물이다. 더구나 이번 시집은 시인의 50년 시력을 기념하는 시집이라서 더더욱 뜻깊다. 여기에 따뜻한 터치로 자연의 미묘한 색감과 생명력을 표현해오고 있는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오아물 루(Oamul Lu)의 작품이 표지 전체를 감싸며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서정성 짙은 오아물 루의 그림은 시인의 따사롭고 아늑한 감성적인 시 세계로 독자들을 한껏 끌어당긴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고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니, 2020년은 시인이 등단한 지 햇수로 꼬박 오십 년째다. 그의 오십 년 창작 생활이 저 세 구절로 다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길고 깊다는 것이 절실히 느껴진다. 이번 시집은 1부 신작 시 100편, 2부 독자들이 사랑하는 애송 시(대표 시) 49편, 3부 나태주 시인이 사랑하는 시 65편으로 구성됐다. 사람들의 가슴에 선명하게 새겨지는 그의 시가 이번에는 반세기의 내공을 함축하여 시와 삶을 모두 훑는 놀라운 감동을 선사한다. 등단 오십 년에 맞춰 발간하는 시집이라서일까. 유달리 더 담백하면서도 더 농밀한 시어들이 가득하다. 나태주 시인 특유의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그대로 배어나는 동시에 웅숭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사소한 것들에 대한 끈끈한 애정과 애착이 묻어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살피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겸손한 긍정과 겸허한 감성이 그의 시 세계 곳곳에 별자리처럼 수놓아져 있다. 쓸쓸해져서야 보이는 풍경이 있다 버림받은 마음일 때에만 들리는 소리가 있다 힘들고 지치고 고달픈 날들 너도 부디 나와 함께 인생은 ‘고행’이 아니라 여행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구나
- 저자
- 나태주
- 출판
- 열림원
- 출판일
- 2019.12.12
대표작 <풀꽃>으로 잘 알려진 나태주 시인은 시를 통해 따뜻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다. 아주 많은 시가 꽃과 새 등의 자연물을 글감으로 사람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다. 때문에 문학의 사회참여성을 중요시하는 작가나 평론가들에게 비판받은 사례도 있다고 하는데,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는 그에 대한 대답과도 같이 느껴진다. 수록된 시 중에 이런 시가 있다.
세상에 보내는
러브레터
처음엔
한 사람을 위해 썼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을 위해서 쓰는.
-나태주, <시2>
러브레터는 무엇 때문에 쓰는가? 그야 그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태주 시인은 어째서 시를 쓰는가?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간단한 거다. 그렇다면 시인이란 어떤 사람인가? 그에 대한 대답도 책에 나와 있다.
세상 사람들
힘들고 고달픈 마음
쓰다듬어주는
감정의 서비스 맨.
-나태주, <시인>
이런 사람이 시인이라 한다. 즉 그가 세상과 사람의 아름다움만을 시의 주제로 삼는 것은, 시인이란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사람이기에 시에서조차 세상의 어두움을 다룰 필요가 없고, 시는 독자를 위로하도록 밝고 긍정적인 이야기만 해도 좋다는 것이다. 우리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라니, 여행 중에는 즐거운 것만 보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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