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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사회과학

「엔첸스베르거의 판옵티콘」 -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by omicron2000 2025.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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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세상은 어째서 이렇게나 기괴할까

 
엔첸스베르거의 판옵티콘
『엔첸스베르거의 판옵티콘』은 스무 개의 주제로 현대 사회의 맨 얼굴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자본과 정치권력이 신화화해 놓은 우리 세계의 감춰진 기괴한 얼굴을 보고 싶은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우리 시대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엔첸스베르거의 판옵티콘으로 입장하시라.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저자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출판
오롯
출판일
2016.03.15

 판옵티콘이란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제안한 감옥의 형태로, 원형으로 구성되어 한 명의 간수가 여러 명의 죄수를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말한다. 하지만 엔첸스베르거가 말하는 판옵티콘은 조금 다르다. 1935년, 풍자의 달인이었던 희극배우 카를 발렌틴은 각종 기이한 고문기구와 놀라운 발명품을 전시한 공포체험관을 열고 판옵티콘이라 이름붙였는데, 책의 제목도 거기에서 따 왔다.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는 국내에는「수학 귀신」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문학, 비평, 철학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바 있는 베테랑 작가다. 그는 다수의 에세이를 쓰기도 했으며, 이 책에는 그중 20편이 모여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회의 모순점을 찾아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비판한다는 것으로, 카를 발렌틴이 각종 기괴함을 판옵티콘에 수집했듯,「엔첸스베르거의 판옵티콘」에서는 우리 사회의 각종 기괴한 부조리함을 다룬다.

 인간의 행동과 그로부터 나오는 결과는 지극히 혼란스럽고 예측이 불가능한데 경제는 왜 이걸 논리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가, 정치인들은 왜 해결할 수 없는 걸 알면서 문제에 매달리나, 국가와 민족을 가르기보단 이웃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 왜 국가와 민족에 집착하는가, 과학으로 인해 종교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는데 어째서 과학을 종교처럼 신앙하는가, 연금은 어찌 이리 불합리하며 거짓은 어찌 이리 매력적이고, 사람들은 어째서 스스로 감시되고자 하는가. 과연 예술은 뭐고 가치는 뭘까? 여기까지가 겨우 절반이다. 저자는 세상의 부조리를 이렇게나 많이 꼬집는다. 다만 그가 정치인도 아니고 철학자라기에도 약간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 부조리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그는 코미디언에 가깝고 판옵티콘은 스케치 코미디에 가깝다. 약간의 유머와 함께 관객의 주의를 돌리는 것. 사실 대부분의 문제는 '알면서도 왜 이러는가'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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