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들을 거인이라 불렀다

어느 날 세상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라졌다. 고아원에서 자라 입양된 시니컬한 소녀 로리는 양부모는 물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언젠간 자신을 떠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정말로 일어나버린 것이다. 다행히도 밝은 성격의 친구 아네트를 만나 세상에 혼자만 남지는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나, 이는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다른 생존자들과 식량을 두고 경쟁해야 했고, 주위의 자원을 닥치는대로 긁어모으는 '개'라는 갱단도 생겼다. 커다란 늑대들에게 쫓기며 죽을 뻔하기도 했고, 여기에 더해 붉은색과 녹색의 거대한 인간형 생명체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로리가 '거인'이라 불렀던 이들은 무엇을 하며 무슨 목적을 가졌는지조차 불가사의했다. 거인의 거처 주변에는 늑대가 접근하지 못해 새로 만난 비어트리스라는 생존자까지 셋은 붉은 거인 주변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거인은 이들을 지켜보더니 그릇에 담긴 액체를 내놓는다. 그리고 그건 먹을 수 있었다. 이런 날이 계속되다 아네트와 비어트리스가 거인에게 잡혀가는 일이 생기고, 늑대에게 부상당한 로리도 거인이 구조해 자신의 거처로 옮긴다. 로리의 예상과 달리 둘은 거인이 식량과 온기를 제공해 아늑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붉은 거인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한 로리는 탈출하고, 늑대를 피하기 위해 녹색 거인의 근처로 간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녹색 거인이 그 늑대를 만들어내던 장본인이었던 것이다. 말이 통할 리가 없지만 로리는 다시 붉은 거인을 찾아가 이를 알린다. 그리고 무언가 짐작한 듯 로리를 따라온 붉은 거인은 녹색 거인에게 다가가 언쟁을 하다 격투를 벌인다. 늑대와 녹색 거인으로부터 로리를 지키며 녹색 거인을 쓰러뜨렸지만 붉은 거인도 부상으로 죽어가는데, 이제서야 로리는 붉은 거인이 다른 저의 없이 그저 그들을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작품의 주제는 마지막에 직접적으로 제시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때가 있다.' 붉은 거인도 인간들을 사랑했지만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언어가 다른 것은 물론, 음식을 주는 것을 잊어 아네트나 비어트리스가 배가 고프다는 신호를 줘야 챙겨주기도 했다. 사실 이는 거인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도 마찬가지고, 그게 가족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서로 생각하는 마음이 진심이라면 필요한 만큼은 이해할 수 있다. 로리가 녹색 거인이 인류에 가진 적의를 느꼈듯, 선의도 호의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작중에서 붉은 거인은 가족에 대한 은유로 보인다. 비어트리스는 거인을 보고 남편의 모습을 연상했고, 처음에 부모를 신뢰하지 않던 로리는 붉은 거인의 사랑을 이해하는 것으로 끝나니 말이다. 거인이 죽을 때 솟는 광선은 이중나선의 형상을 했다. 이해와 공감은 생명의 본능이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대를 이어가며 가족으로 전해진다는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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