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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

「꽃씨와 도둑」- 피천득

by omicron2000 2022.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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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 한 마리 새가 되어라, 천년 고목은 학같이 서 있으리니

 
피천득 문학 전집 1: 시집 꽃씨와 도둑(양장본 HardCover)
금아 피천득 서거 15주년을 맞아 펴낸 피천득 전집 -(1)시집 (2)수필집 (3)산문집 (4)번역시집 (5)번역집-셰익스피어 소네트 (6)번역 단편소설집 (7)번역 이야기집 피천득 문학 전집(1) 시집 꽃씨와 도둑 : 1926년 첫 시조 〈가을비〉와 1930년 4월 7일 《동아일보》에 실린 첫 시 〈찾음〉을 필두로 초기 시를 다수 포함하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와 있는 시집들과 다르게 모든 시를 가능한 발표연대 순으로 배열하였다. 창작시기와 주제를 감안하여 시집의 구성을 193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총 8부로 나누어 묶었다. 이전 시집에 실려있지 않은 일부 미수록 시들 중에는 작품의 질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시 창작이 가장 활발했던 1930년대는 아기와 어린이 시, 동물시, 사랑의 시(18편), 번역 개작시(改作詩) 부분을 별도로 구성하였다. 피천득이 특이하게도 에드먼드 스펜서의 소네트 2편과 셰익스피어 소네트 154편 중 6편을 짧은 자유시와 시조체로 번안, 개작한 것도 창작으로 간주하여 이 시집에 실었다. 그것은 피천득의 이런 개작 작업이 단순한 번역 작업이기보다 개작을 통해 원문을 변신시킨 문학 행위로 ‘창작’이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은 서양의 소네트 형식을 한국시 전통과 질서로 재창조한 참신한 시도로 여겨진다. 이로써 일반독자나 연구자 모두 피천득 시 세계의 확장된 지형(地形)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피천득의 삶과 문학의 매력은 동양과 서양이라는 옷감으로 만든 아름답게 접힌 ‘주름’ 속에 있다. 이 주름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금아 글의 문향(文香)을 맡을 수 있다. 피천득은 중국고전시인 도연명, 두보, 이백의 한시를 좋아했고, 셰익스피어의 시와 극, 영미 낭만주의 시들, 20세기 일본 낭만파의 짧은 시들, 그리고 1920~30년대 만해 한용운, 소월 김정식, 정지용, 노산 이은상의 민족적 서정주의 시를 많이 읽고 영향을 받았다. 이런 시인들과의 조우 속에서 피천득 문심(文心)에 독특한 예술적 배합이 일어났다. 서양의 열정적인 낭만주의에 경도된 감정과 언어가 동양의 고아한 고전주의에 의해 절제의 묘를 얻었다. 한시의 정형성, 일본 하이쿠의 단형성도 한몫 거들고 있다. 피천득 문학의 속살은 말림이 없는 밋밋한 단색치마가 아니라 접힘의 다홍색 주름치마의 기운이 감돈다.
저자
피천득
출판
범우사
출판일
2022.05.10

 금아 피천득 선생은 시와 수필은 물론, 해외 작품의 번역과 연구 등 문학의 다방면에서 활약한 사람이지만, <은전 한 닢>과 <인연>이 유명한 탓인지 수필가로 기억되곤 한다. <피천득 문학 전집>은 그의 진정한 모습을 알리기 위해 다시금 그의 작품을 돌아보는 기획으로, 그 첫 권인 「꽃씨와 도둑」은 그의 창작시와 번역시, 즉 시인으로서의 피천득을 다룬다. 그는 백여 편의 시를 썼는데, 시인으로서 많은 편은 아니지만 동시부터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개작한 번역시까지,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수필, 특히 「인연」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피천득 시인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사랑이다. 그 사랑은 어릴 때 부모를 잃었기 때문인지 그리움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가족(특히 딸)에 대한 애정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연민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도 중요하게 다루어지는데, 아이들을 위한 시가 무려 31편이나 된다. 그중 11편은 <까치>, <양>, <타조> 등 동물을 소재로 한 시들로, 복잡한 시적 언어 없이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동물을 보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한편, 피천득 시인은 한일합병 직전에 태어났기 때문에 한국 근현대사를 몸으로 직접 겪었는데, 일제시대의 많은 저항시인들처럼 직접적으로 애국심을 부르짖거나 일제를 비판하는 대신 완전히 절필을 했다. 그는 스스로 소극적 저항을 했다고 말했고, 일제시대로 인해 황폐해진 땅을 새롭게 만들자는 내용의 <불을 질러라>가 이런 피천득식 저항을 대표한다.

 영시를 개작한 작품도 눈에 띈다. 저자는 영문학 번역가로도 활동했지만, 그냥 내용을 옮기기만 하지 않고 형식을 변형시키며 자신만의 시로 만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애정을 보인 형식은 시조로, 주로 셰익스피어 소네트를 시조로 바꿔 쓰는 것을 즐겼다. 소네트라는 것도 본래 운율과 박자를 맞춘 특정한 형식의 영시를 말하니, 특정한 형식을 가진 한국 시인 시조와 맞는 부분이 있다. 이 시조에 대한 사랑은 개작시에만 국한되지 않아서 그의 창작시 상당수도 시조의 형식을 가지고, 그는 사람들이 시조를 더 즐겼으면 하는 말도 남겼다.

 시 하나하나에서 사랑이라는 주제를 느낄 수 있다는 진부한 말 외에는 달리 남길 감상이 없기에, 그 주제를 가장 잘 담았다 생각되는 시 중 하나인 <새>를 적어 대신한다.

그래
너 한 마리 새가 되어라

하늘 날아가다
네 눈에 뜨이거든

나려와 마른 가지에
잠시 쉬어서 가라

천년 고목은
학같이 서 있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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