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버렸기에 아름다운 꽃

아콰마린으로 시작하는 박완서 작가의 단편이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환갑의 주인공은 조카의 결혼식에 참가했다 폐백도 없이 쫓겨나듯 식장을 나온다. 돌아가는 버스가 매진되어 취소표를 찾던 중 승차권 두 장을 환불하려던 노인에게서 표를 사는데, 때마침 나타난 아콰마린 반지를 한 남자가 다른 한 장을 사 함께 버스를 탄다. 보석상을 하던 친구에게 들은 탓인지 그에게 관심이 생긴 주인공은 둘이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손자네 강아지를 잠시 맡았을 때 도움을 받은 것을 계기로 가까워진다. 이내 야한 머플러와 스카프를 선물할 정도로 친밀해지고, 딸을 통해 그가 퇴임한 교수이며(그렇기에 조 박사라고 불린다) 주인공처럼 홀아비라는 점을 알게 된다. 딸은 물론 조 박사의 며느리도 둘의 사랑을 은근히 응원하는 듯하나, 늙었다는 현실에 자식 핑계 남편 핑계를 대며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는다는 내용이다.
소외받는 듯한 삶을 살다 우연히 만난 상대방이 자신과 같은 처지임을 눈치채고 주변의 응원 속에 사랑하는 이야기라니, 둘의 나이가 젊었더라면 잘나가는 로맨스 소설과 다를 것 없는 도입부다. 하지만 저자는 노년의 사랑을 깊게 다룬다. 젊은이의 몸이 화사하게 활짝 핀 꽃이라면, 노인의 몸은 제목처럼 말라비틀어져 보여주고 싶지도 않은 꽃이다. 말라서 수술에서 꽃가루가 나지도 않고, 암술에 꽃가루가 묻어도 열매를 맺을 턱이 없다. 하지만 마른 꽃이라고 사랑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들의 사랑은 젊은이들의 사랑과 비교한다면 정욕이 결여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인데, 그 때문에 정열적이지는 못해도 맹목적이지도 않다. 주인공은 조 박사와 '야한' 머플러와 스카프를 선물했다고 말하나, 그것이 천하고 외설적이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기껏해야 색이나 무늬가 진해 유난 떠는 것처럼 보이는 수준이겠지. 이렇듯 두 마른 꽃의 사랑은 품위가 있다. 저자는 이 품위 있는 이야기를, 가능한 한 정중한 글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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