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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사회과학

「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by omicron2000 2022.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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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

 

엔트로피

엔트로피란 말은 사전에서 찾아보면 [열역학에서 물체가 열을 받아 변화했을 때의 변화량을 가리킨다]고 되어 있다. 아인슈타인은 [엔트로피는 모든 과학의 제1법칙]이라고 말했으며 이 책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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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트로피」는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든 사회학서다. 현재 그와 이 책의 영향력은 굉장히 커서, 한정된 자원과 개발로 인한 자원 소모의 가속화는 수많은 후대 학자들이 연구하고 언급한 바 있으며, 여러 연구소와 기업에서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니 여기에서는 책의 핵심과도 같은 개발에 대한 비판은 제쳐 두고, 책 자체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1996년 미국의 물리학자 앨런 소칼은 '지적 사기 사건'으로도 알려진, 이른바 '소칼 사건'을 벌였다. 당시에는 포스트모더니즘 계열 철학계에서 자연과학의 객관성을 무시하고, 나아가 자연과학의 개념을 자신의 입맛대로 왜곡, 확대해석해 주장의 근거로 삼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렇게 과학에 대한 어쭙잖은 지식으로 과학을 요용하는 세태에 불만을 가진 그는 논문을 한 편 써서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학회지에 투고했는데, 이 논문이 통과되자 그는 놀라운 사실을 폭로한다. 자신이 쓴 논문이 사실 전문용어를 그럴듯하게 섞어 쓴 것에 불과한, 엉터리 논문이었다는 것이다. 동료 평가도 없이 엉터리 논문을 통과시켰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는 철학계에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이 소칼 사건은 아직까지도 옹호하는 입장과 비판하는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토론이 생길 정도로 논쟁적인 주제이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로 철학이나 사회학 등 인문학계에서 과학의 개념을 오용하는 경우는 (아직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일단 줄어들었으며,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의 지식은 함부로 다루지 않는다는 풍조가 형성되었다. 타 분야의 개념을 멋대로 사용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소칼을 비판하는 측이나 옹호하는 측 모두 인정한다는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의 학문적 성취와는 별개로, 냉정히 말하자면 그는 명백히 물리학의 개념인 엔트로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으며, 「엔트로피」는 정확히 앨런 소칼이 비판하고자 했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그가 당대 사회학자 중에서는 자신이 다루는 개념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했던 축에 들기에 책의 결론마저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책의 초반부터 열역학에 대한 근본적인 무지를 보여준다.

 우선 그는 열역학 제2 법칙과 엔트로피 자체는 제법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수식을 단지 싫어했던 것인지, 아니면 이해에 수식이 불필요하다 여긴 것인지 에너지를 온도로 나누는 엔트로피의 산출식은 끝까지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그 물리학적 정의를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엔트로피가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 언급하는 통계역학에 대한 발언은 거의 완전히 잘못되었다. 과학자들이, 특히 루트비히 볼츠만이 엔트로피 증가 법칙이라는 진리를 받아들이지 못해 H 이론으로 엔트로피를 통계적인 수준으로 끌어내리려했다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틀린 발언이다. 과학자들은 리프킨보다 수십 년은 먼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열역학에서 통계를 사용하는 것은 만에 하나 엔트로피가 역행할 확률을 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단지 수천 해(10^20)에 달하는 입자의 상태를 일일이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통계적으로 계산하는 것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은 통계가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도 않을뿐더러, 열역학 법칙이 역행 가능할 것이라 여기지도 않는다. 이 발언은 과학자들에게 법칙이라는 말이 얼마나 큰 무게를 가지는지 하나도 알지 못했던 리프킨의 자만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바로 앞 장에서 기계론을 비판하고 상대주의를 역설하며 현대인이 원시인보다 나은 존재라고 할 수는 없다 주장했으면서, 자신이 적어도 과학자보다는 자연과학을 잘 이해했다 생각했나 보다. 이외에도 패러다임이라는 단어는 창시자인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 본인조차도 너무 많은 사람이 오용한다고 만든 것을 후회했는데, 「엔트로피」에서는 이조차도 쿤의 논지와는 다르게 사용하는 등의 오류를 범한다.

 제레미 리프킨이 「엔트로피」를 저술한 것은 소칼 사건 이전이고, 그때는 사회학에서 과학의 개념을 가져다 쓰는 것이 일종의 유행이었으니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본문을 보면 그의 통계역학에 대한 몰이해는 그가 '인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한 경제학자 니콜라스 죠르제스크-레겐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실 니콜라스 죠르제스크-레겐 또한 열역학을 잘못 이해한다고 비판받은 바가 있다. 즉 제레미 리프킨은 믿을 만한 과학자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대신 경제학자의 발언을 받아들여 오류를 범했던 것이다. 이런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학제간 교류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비전문가끼리 논하는 것보다는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이는 과학자가 인문학을 논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은 상호보완적 관계이지 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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