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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사회과학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마크 포사이스

by omicron2000 2022.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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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은 책상이다. 그런데 왜 책상일까?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언어는 재미있다!영어 초보자든 영어 원어민이든 똑같이 놀랄 만한 어원 이야기매일매일 한 챕터, 인문 지식과 어휘력이 쌓이는 어원 사전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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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항상 언어를 이용해 사물을 묘사하고, 대화하기도 한다. 아니, 언어가 없으면 사물을 묘사할 수도, 대화할 수도 없다는 편이 더 가깝다. 어쨌든 이렇게나 언어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단어가 왜 이 뜻을 가지는지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다. 가끔은 단어를 다른 의미로 부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스위스의 작가 페터 빅셀의 「책상은 책상이다」의 주인공이 그렇다. 그는 모든 단어를 정해진 대로 부르는 것에 싫증을 느껴, 주변 사물들의 이름을 자기 마음대로 바꾸어 부르기 시작하고, 급기야 다른 사람들과 대화가 불가능할 지경에 이른다. 대화의 단절은 지루함의 대가라기에는 너무나 크지만, 이는 그가 단어의 소중함을 몰랐던 것에 대한 벌이기도 하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을 읽었더라면, 책상이 왜 책상인지에 빠져들어 단어를 함부로 바꿀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당신이 그처럼 단어를 마음대로 바꾸는 사람이 아니라면 당신을 극적으로 구해 주지는 않으나, 말 그대로 어원을 찾는 것에 빠져들게 한다.

 이 책이 어원 책이라고 해서 우리가 국어 시간에 배우는 중세 한국어나 고대 한국어처럼 지루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도 좋다. 정확히는 영어의 어원을 다루는 책이라서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이다. 영어는 복잡한 역사를 거치며 원주민인 켈트 족의 언어부터 시작해 라틴어, 덴마크어, 스칸디나비아어, 프랑스어 등 수많은 언어에 영향을 받았고, 이런 역사적 배경이 이른바 '어원 탐색'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 준다. 영어의 검정black이 프랑스어에서는 하양blanc이고, 다시 영어로 돌아와 공백blank이 되었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가? 심지어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언어인 영어는 영국식, 미국식, 호주식, 인도식 등이 전부 큰 차이를 가지고 있고, 완전히 별개의 어휘도 많다. 그렇기에 각지의 어원을 찾는 과정이 더욱 풍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은 언어나 역사적 지식을 위한 책은 아니다. 사실 여기에 나온 내용을 알아봐야 별 쓸모도 없다. 아프리카에 뿔닭이라는 동물이 사는데, 주로 터키 지역 상인들이 뿔닭을 들여왔기 때문에 이를 터키라고 부르다가 아메리카에서 뿔닭과 닮은 칠면조가 발견되자 대충 같은 것인 줄 알고 터키라고 이름 붙였다는 사실을 알아서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그러니 이 책에서 실용적인 지식을 찾으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 간단한 상식을 얻는 정도라면 모르지만, 그런 목적이라면 다른 책을 읽는 편이 몇 배는 유용하다. 이 책은 그냥 재미로 보는 책이다. 그리고 이 목적에 놀랍도록 충실하다. 영어에는 십만여 개의 단어가 있고, 숙어를 포함하면 그 몇 배는 될 텐데 저자가 그중 가장 재미있는 단어들만 엄선해서 담았다. 심지어 처음으로 다루는 단어도 book이고, 각 장의 내용이 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배치했으며, 마지막으로 다루는 단어도 book이다. 단어 선정에 있어서 저자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느껴질 정도이다. 이런 책을 읽는데 어떻게 재미가 없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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