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역사소설

「칼송곳」- 조동신

by omicron2000 2023. 7. 3.
728x90

1592년, 조선에 숨어든 일본군 간자(間者)를 찾아라

 
칼송곳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본격 미스터리! 이 소설집은 장만호라는 임진왜란 시기 전라 좌수영 소속인 가상의 군관인 장만호가 겪는 여러 사건을 나열한 이야기다. 이순신 장군의 23전 23승이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전설적인 승리 신화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역사의 빈 자리에 흥미로운 상상력을 더한 소설이다. 표제작인 〈칼송곳〉은 이순신 장군이 당시 해이한 군 기강 및 만연한 부정부패 등을 어떻게 1년 만에 척결하고 좌수영 군사를 강군으로 만들 수 있었는지를 상상력으로 채워 넣은 작품이다. 이순신 장군의 비결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소통’이었을 것이라고 상상의 방향을 잡았다. 이순신 장군은 단지 군사들을 맹훈련시키기만 하지 않고, 소통을 통하여 장졸 간의 강한 신뢰감을 구축하였고 그 결과 수많은 대첩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삼은 작품이다. 주인공 장만호는 눈앞에 있는 왜군을 상대로도 전투를 하지만, 다양한 사건 뒤에 숨어 보이지 않는 왜군의 간자(간첩)와도 암투를 벌인다. 역사 이면에 담긴 미스터리가 손에 땀을 쥐는 이야기로 우리 앞에 펼쳐진다!
저자
조동신
출판
북오션
출판일
2022.02.11

 「칼송곳」은 임진왜란에 추리물을 결합한 연작소설집이다. 추리소설이라면 탐정과 사건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칼송곳」의 탐정은 장만호라는 무관이며, 임진왜란이라는 배경의 특성상 사건은 대부분 일본의 간자(간첩)를 잡는 것이다. 표지에는 이순신 장군이 중요하게 나오는 것처럼 적어놓았지만 사실 이순신의 분량은 처음과 마지막 단편에서 장만호에게 힌트를 주는 것이 전부다. 아마 단편 <칼송곳>이 여수해양문학상 수상작이기에 여수와 관련이 깊은 이순신을 언급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네 편 중 두 편은 배경이나 시점 상 장만호가 이순신과 함께 있지 않았기에 이순신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표지와 다르게 거북선도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칼송곳>에서 나대용이 거북선을 제작하는 것으로 언급되는 정도가 전부다. (그래도 거북선 부품은 중요하게 나온다.) 표제작을 따라간 거니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라 생각하고 읽었다가 실망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선 역사 소설로 보면 전반적으로 무난한 작품이다. 정여립의 난이나 기축옥사처럼 임진왜란 이전에 있었던 사건을 등장인물과 연관짓기도 하고, 등장인물이 옛 중국의 고사를 인용하는 등 시대상을 적절히 반영했다. 다만 연작소설집이라 각 단편의 길이도 짧고, 장만호나 이순신 말고는 여러 편에 나오는 인물이 없다시피 해 연작소설이라는 느낌이 옅다. 추리소설에 일회성 등장인물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하다못해 <편전>의 주연인 나해가 다른 단편에서도 등장해 활약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연작으로서, 그리고 장만호의 이야기로서 더 일관성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나해라는 인물이 잘 만들어진 캐릭터임에도 (<편전>이 분량의 반 이상이긴 하지만) 순식간에 언급조차 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

 추리 소설로 보자면 순수 추리 소설이 아닌 만큼 부족한 면이 다소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각 단편의 길이가 짧다는 게 원인으로, 등장인물의 수가 원체 적어서 확실히 간자가 아닌 인물을 지우면 누가 범인인지 너무 뻔히 드러난다. 또 조선군의 시체를 조사할 때 분명 시체에 출혈이 있었을 텐데 검시 좀 익혔다는 자가 중독의 흔적이 있다는 이유로 음식에 독을 탔나 추리하는 장면은 확실히 이상하다. 다른 지역이나 인물이었다면 모를까, 낭선에 독을 발라 사용한 바 있는 조선군 군관이 독을 바른 무기를 연상하지 못했을 리가 있을까? 출혈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면 자신 있게 검시를 익혔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아쉬운 점으로는 시대적 몰입감을 떨어뜨릴 수 있는, 불필요한 표현이 상당수 있었다. 일례로 조선에서는 명나라의 연호를 사용했으나 작중에서는 X종 XX년이라는 표현을 쓴다. 천민이라 연호를 모를 것이라 생각했다면 선대왕 때라고 적당히 넘어가도 되었을 건데, 수십 년 전의 일을 연도까지 기억해서 말하는 게 영 어색하다. 정조 대에 처음 탁견이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장만호가 택견으로 적을 무찌르는 것도 그냥 손으로 겨룬다는 뜻의 수박 내지는 권법으로 쓰는 게 자연스럽지 않았나 싶다. 신분이 다른 사람끼리 대화할 때 "-옵니다.", "-느니라." 식의 말투가 과하게 나오는 것도 어색하고, 사나이의 어원이 이나해라는 내용은 사실무근이다. 물론 정조 이전이라고 택견이 없었다 장담할 수는 없고, 과거에도 민간어원은 있었으니 이걸 가지고 완전히 고증이 틀려먹었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이런 사소한 요소가 읽는 데 불편함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