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을 막아내는 조선의 형사 버디
어느 시대에나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있고, 범죄자가 있다면 이를 잡아내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대한민국의 경찰이나 형사처럼, 조선시대에는 포도청의 군관들이 범죄자를 체포하고 치안을 유지하는 일을 했다. 「조선의 형사들」은 실제 사건과 기록을 바탕으로 하여 현대적인 감성을 가미해 재구성한 작품으로, 가장 큰 특징이라면 표지만 보아도 알 수 있듯 두 명의 군관을 주역으로 내세웠다는 점이 있다. 다시 말해 「조선의 형사들」은 버디물이다. 현대적인 감성이 가미되었다는 점이 바로 이 부분으로, 서로 다른 부서에서 파견되어 성격도 외모도 다른 두 수사관이 사건을 해결하며 점차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은 여느 영화에서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덕분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임에도 현대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만하다.
두 주인공 이종원과 육중창이 해결하는 사건은 크게 셋이 있다. 궁궐의 기와가 사라진 사건,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 사건, 그리고 정조의 암살 미수다. 이 셋은 모두 실제 역사에 기반했는데, 부제목에도 들어간 기와 도난 사건은 주인공의 모델이 된 동명의 실제 군관들이 활약한 사건이고, 시체 유기 사건은 성종 때 있었던 사건의 변형이며, 정조 암살 미수 또한 잘 알려진 사건이다. 실제 기와 도난 사건은 군관들이 평범하게 탐문 수사로 해결했으나 아무래도 이렇게 하면 소설이 긴장감이 떨어지기에 심각성이 높은 사건과 이은 것이다. 이렇게 기와의 도난과 정조 암살 시도를 자연스럽게 이어서 긴장감을 점차 고조시키는 감각이 탁월하다. 또한 우리가 잘 아는 정약용이 등장해 수사에 도움을 주는 등 역사적 사실이 적절히 더해져 재미를 더해 준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역사적인 개념을 작품에 녹여내는 것은 역사소설의 덕목이라고 할 만하지만, 그 정도가 좀 과하게 느껴졌다. 일례로 오가작통제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문제 없는데, 군관들과 정약용 모두가 오가작통이 뭔지 아는 상황에서 꼭 '다섯 가구를 하나로 묶어서 관할하는 오가작통제'라는 말을 정약용에게 했어야 했을까? 이런 설명은 주석에 넣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주석이 과하면 그거대로 읽는 데 방해가 되지만 개인적으로 역사소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주석을 넣을 필요도 있다고 본다. 등장하는 검계가 든 창포검이 현재 육군박물관에 소장된 유물과 동일한 글(보조의천금)이 적힌, 사실상 동일한 검이라는 것 정도는 해당 유물을 모델로 하여 넣었다고 하면야 문제가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인검으로 사람 죽이는 건 무리수였다고 본다. 다른 칼이면 안될 이유도 없고 말이다.
비단 이 책에만 적용되는 문제는 아닌데, 노론과 정순왕후 세력을 정조를 죽이려는 적대 세력으로 등장시키는 것은 가히 정조 대를 다루는 역사소설(혹은 드라마, 혹은 영화)의 고질병이라고 할 만하다. 그나마 「조선의 형사들」에서는 노론이 배후에 있다는 암시만 있고 직접적인 언급은 없어서 양반이고, 노론 대신들이 대놓고 정조를 죽이려는 소설도 많다. 이렇게 하는 편이 극적인 재미를 끌어내기 수월하다는 면은 어느 정도 이해하나, 자칫 잘못된 인식을 퍼뜨리는 게(혹은 이미 퍼진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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