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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역사소설

「신의 설계도를 훔친 남자」- 스튜어트 클라크

by omicron2000 2020.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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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대에 우주를 본 가장 위대한 두 과학자

 
신의 설계도를 훔친 남자
‘지동설’을 둘러싼 목숨을 건 투쟁을 다룬 스튜어트 클라크의 과학 팩션 『신의 설계도를 훔친 남자』. 영국 천체물리학 분야 최고의 스타로 꼽히는 작가가 자신의 천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천체물리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갈릴레이와 케플러의 삶을 그려냈다. 유럽 역사 중 최고의 암흑기로 꼽히는 15세기, 두 천재 천문학자가 지동설의 체계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당시 유럽의 풍경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을 내세워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포착했다. 15세기 유럽에서는 태양이 성서에서 정해준 길을 따라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고 믿었다. 지금은 상식과 같은 지동설이 하나의 진실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많은 음모와 희생이 있었다. 이 작품은 지동설을 둘러싸고 벌어진 험난한 싸움을 그려냈다. 케플러와 갈릴레이가 때론 서로를 경계하고, 때론 서로를 옹호하며 미묘한 관계를 유지해가는 과정을 통해 두 천재의 매력을 잘 살려냈다. 또한 불합리한 공포와 무지 앞에서 인간의 믿음이 얼마나 연약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저자
스튜어트 클라크
출판
살림
출판일
2013.02.07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룬 과학자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하면 수십 명의 후보가 나올 것이다. 뉴턴, 아인슈타인, 맥스웰, 보어, 다윈, 페러데이,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최초의 과학자들이라고 하면 나는 갈릴레이와 케플러라고 할 것이다. 케플러는 최후의 점성술사이자 최초의 천문학자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미신의 시대에서 과학의 시대를 연 장본인이며, 갈릴레이는 처음으로 수학을 통해 정밀한 물리학을 연구해 상대성 이론에까지 도달한, 최초의 물리학자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이 둘이 없었다면 현대의 물리학이 생기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 둘은 같은 시대를 살며 같은 분야를 연구했기 때문에 서로 편지를 통해 교류를 하였는데, 이를 바탕으로 살을 붙여 만든 작품이 이 「신의 설계도를 훔친 남자」이다.

 둘은 학문적인 방향 외에도 재미난 공통점이 많다. 둘 모두 기존의 천동설에 반대해 지동설을 주장하였으며, 신변이 위험에 처해 쫓겨다녔다는 것이다. 흔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이들이 지동설을 주장했기 때문에 공격받은 것만은 아니다. 갈릴레이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자신의 주장에 결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와 교황을 조롱하다가 종교재판에 회부된 것이고, 케플러의 경우는 당시 신성로마제국의 상황 때문에 쫓겨다녔다. 신성로마제국은 한 명의 황제가 다스리지만 여러 지역의 영주들이 황제를 선출하는 구조였기에 지역의 영주들마다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종교개혁으로 루터교가 생기자 영주들이 가톨릭파와 루터교파로 갈라선 것이다. 케플러는 루터교 신자이기에 같은 믿음을 가진 영주의 보호를 받았으나 이마저도 상황이 여의치 않자 가톨릭 교도들의 공격을 피해 쫓겨다녔다. 원인은 조금 다르지만 둘 모두 종교와 관련해 위협을 받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가족관계 또한 순탄치 않아 갈리레이는 두 딸을 수녀원에 보내야 했으며, 케플러는 노모와 아들을 데리고 힘든 도피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또한 작중에서 두 과학자의 행적을 평행시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신의 설계도를 훔친 남자」는 여러 의미에서 뛰어난 역사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흔치 않은 소재인 과학사와 과학자들을 선택하였음에도 인물들의 실제 모습을 정확하게 반영하였으며, 흑사병의 창궐과 같은 당대의 역사적인 사건 또한 같이 언급되어 이를 겪는 등장인물의 감정을 상세하게 묘사한다. 실제 역사적으로 이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럴듯하게 이야기가 진행이 되며, 무엇보다 단지 위대한 과학자로만 여겨졌던 갈릴레이와 케플러의 모습을 색다른 방향에서 조명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저자가 본래 천문학 분야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이기에 과학적 정밀함과 문학성을 모두 갖출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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