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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수학

「어느 수학자의 변명」- 고드프리 해럴드 하디

by omicron2000 2020.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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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순수하게 수학만을 해왔던 한 수학자의 진솔한 자서전

 
어느 수학자의 변명(양장본 HardCover)
『어느 수학자의 변명』은 20세기 초 영국의 대표적인 수학자로 수학 개념의 현대적인 엄밀성을 도입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며 뛰어난 업적을 남긴 고드프레이 헤롤드 하디가 만년에 저술한 회고록 형식의 책이다. 실제로 저자는 수학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수학의 증명과 유사한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하디에게 있어서 수학의 핵심은 심미적 아름다움이었는데, 그래서인지 그는 끊임없이 수학을 예술과 비교한다.
저자
G H 하디
출판
세시
출판일
2011.05.15

 고드프리 해럴드 하디는 20세기 활동한 영국의 수학자로, 덴마크의 수학자 하랄 보어가 그에 대해 "현재 영국에는 뛰어난 수학자가 세 명밖에 없다: 하디, 리틀우드, 하디-리틀우드(하디-리틀우드라는 공동 저자명으로 출판된 논문을 말하는 것)."라고 말했을 정도로 동료 수학자 리틀우드와 함께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인도의 천재 수학자인 스리바니사 라마누잔을 발굴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수학계 유명 난제인 리만 가설에 큰 공헌을 하기도 하였다. 「어느 수학자의 변명」은 그의 자서전으로, 수학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명확하고도 간결하게 소개하기에 수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편이다.

 하디가 수학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상당히 특이한데, 대부분의 수학자들이 수학의 여러 분야를 두루 익히거나, 자신의 분야가 아니라도 최소한 존중은 하는 반면 그는 응용수학을 '하찮은 수학'이라 부르며 무시하고 순수수학만을 '진정한 수학'이라 부르며 높이 보았다. 하디가 응용수학을 천시한 유일한 사람도 아닐뿐더러 수학자들은 자신의 분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편이기에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지만 「서양철학사」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버트런드 러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존 내시 등 수학 이외의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낸 수학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하디가 평범하지 않다는 점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런 그도 한 번 생물학에 공헌한 적이 있는데, 유전학을 배우다 보면 반드시 알게 되는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이 그것이다. 이에 관련해서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하디는 유전학자 레지날드 퍼넷(특정 형질을 보유한 두 개체의 교배 시 유전자형을 예측하는 데 사용하는 Punnett square를 만든 학자이다.)과 가까운 사이였는데, 어느 날 퍼넷이 그에게 자신이 겪고 있는 난점을 말했다고 한다. 그것은 우성 형질이 열성 형질에 비해 우선적으로 발현되니 실제로 존재하는 개체들은 대다수가 우성 형질을 가지고 있어야 할 터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예시를 들자면 검은 머리가 우성 형질이고 갈색 머리가 열성 형질일 때 검은 머리의 남성과 갈색 머리의 여성 사이에서 나온 아이는 검은 머리를 가질 확률이 높기에 언젠가는 모든 사람이 검은 머리를 가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하디는 이 의문을 듣고서는 쉬운 문제라며 냅킨에 (a+b)²=a²+2ab+b²이라는 곱셈 공식을 적어주었고, 이것이 바로 유전학의 기초적인 공식인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이다. 퍼넷은 놀라서 이렇게 중요한 발견을 논문으로 쓰자고 하였는데, 정작 하디는 수학적 업적으로 알려지고 싶었기에 이에 거부감을 느꼈다고 한다. 퍼넷의 요구에 결국 논문을 쓰긴 했지만 이 일화는 하디가 얼마나 순수수학을 중요시했는지 보여주는 일화 중 하나이다.

 이렇듯 하디는 보통 사람들은 물론, 수학자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특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으며, 일반적으로는 그에 공감하기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수학자의 변명」을 읽다 보면 적어도 그가 수학을 정말로 좋아하고, 진정으로 수학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점은 확실히 느끼게 된다. 모든 사람은 좋아하는 것이 있고, 좋아하는 방식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하디 또한 그런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수학자의 난해한 자서전이 아닌, 단순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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