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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수학

「살아 있는 정리」- 세드릭 빌라니

by omicron2000 2020.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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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넥타이와 거미 모양 브로치를 다는 수학자

 
살아 있는 정리
『살아 있는 정리』는 필즈상(2010)을 수상한 수학자 세드릭 빌라니의 자전 에세이이다. 세드릭 빌라니는 수학과 물리학의 경계에 있는 여러 중요한 문제들을 연구하고 증명해냄으로써 2010년에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필즈상을 수상했는데, 이 책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빌라니 교수에게 필즈상을 안겨준 연구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
세드릭 빌라니
출판
해나무
출판일
2014.08.05

 수학자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사회 활동에는 참여하지 않고 항상 연구에만 몰두해 외모를 관리하지 않아 꾀죄죄한 몰골의 중년이 떠오르지 않는가? 이 책의 저자인 세드릭 빌라니는 프랑스의 수학자로, 수학자들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리는 사람이다. 세상에서 가장 세련된 수학자로 손꼽히는 그는 외모에 많은 신경을 써서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늘 유지하고 말쑥한 정장에 나비 넥타이, 무엇보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거미 브로치를 항상 달고 다녀 많은 주목을 받는다. 심지어 현재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의 일환으로 프랑스 의회 의원을 맡고 있다. 정치 활동에 참여하면서 멋까지 부리는, 그야말로 개성 넘치는 수학자인 그는 수학적인 능력까지 출중해 2010년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는데, 「살아 있는 정리」는 그가 필즈상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그는 동료 수학자 클레망 무오와 함께 란다우 감쇠와 볼츠만 방정식을 연구하였고, 그 성과로 필즈상을 수상하였다. 이 책에서 말하길, 볼츠만 방정식은 그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수식이라고 한다. 수학자들은 다들 마음에 드는 식 한두 개씩은 가지고 있나 보다.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와는 별개로 수학을 깊이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름다움을 느끼기는커녕 식을 이해하기도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읽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수학자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학문적으로 그의 업적을 이해할 수가 있겠지만 「살아 있는 정리」는 적어도 학술적 접근만을 위한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필즈상을 받는 수학자는 어디에서 어떻게 연구를 하며 살았는지를 다루는 자서전이자 일기에 가깝다. 연구소에 있을 때 가족과는 어떻게 지냈는지, 연구하다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면 무오와 어떤 내용의 메일을 주고받는지 따위의 내용 말이다. 수학적으로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그가 정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누구에게나 와 닿을 것이다.

 비슷한 수학자의 자서전인 「어느 수학자의 변명」과 비교하자면 「살아 있는 정리」는 그보다는 수식이 많고, 수학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다면 읽는 데 불편함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 수학자의 변명」이 수식 없이 한 수학자의 수학에 대한 의견을 말로 서술하기 때문에 공감하기는 어려울지언정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는 없을 것이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어쨌거나 수학적 성과를 이루어낸 과정을 담아 내었기에 수학에 대한 흥미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수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나 수학자를 지망하는 사람이 읽기에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세드릭 빌라니처럼 멋쟁이 수학자가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수학에 열중하며 즐기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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