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선생님도 몰래 보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수학은 논리의 학문이다. 누군가 수학을 왜 배우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논리적 사고력을 함양하기 위해서'이다. 수학에서는 명제를 만들 때 엄밀한 과정을 거쳐야만 하고, 이 때문에 단순한 정리라도 증명이 매우 길고 복잡해지는데, 이를 통해서 논리적인 사고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학을 배울 때 처음부터 엄밀하게 배우기에는 무리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원의 넓이를 알아내려면 적분을 해야 하는데, 적분을 하기 위해선 극한을 이용해야 한다. 극한을 엄밀하게 정의하기 위해서는 입실론-델타 논법을 활용해야 하나, 이쯤 되면 난이도가 너무 높아져 배우는 때가 늦어진다. 그래서 처음 원의 넓이를 배울 때에는 원을 잘게 오려서 붙인다는 식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썩 적합하다고 할 수 없는 이런 방식은 수학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암기하는 것도 맞는 방법이라 보기는 힘들다. 암기한 것은 오래 가지도 않고, 그러면 나중에 수학을 배우더라도 이해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수학에 대한 이해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과정에 도움을 준다.
「수학선생님도 몰래 보는 수학책」은 그 제목답게 수학시간에 직접 다루는 내용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분명 중학교 수준의 수학을 다루는 것은 맞지만 학생들이 어려워할 만한 부분이나 흥미로운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따라서 일반적인 수학책과는 달리 특이한 내용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음수와 음수를 곱하는 내용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양수와 양수를 곱해 양수가 나오고 양수와 음수를 곱해 음수가 나오는 것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음수와 음수의 곱이 양수라는 것은 의아해한다. 이 책에서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을 통해 이를 간단히 설명한다. +와 -를 부호가 아닌 방향으로 생각하고, 양수는 오른쪽, 음수는 왼쪽이라는 것이다. 그 설명대로면 양수와 양수의 곱은 오른쪽을 보고 앞으로 뛰는 것이므로 양수, 음수와 양수의 곱은 왼쪽을 보고 앞으로 뛰므로 음수, 마지막으로 음수와 음수를 곱하는 것은 왼쪽을 본 채로 뒤로 달리는 것과 같아 결과적으로는 오른쪽으로 가는 양수가 된다. 음수와 음수의 곱에 대해 지금까지 본 모든 설명 중 가장 직관적이고 이해가 쉬운 설명이었다.
이처럼 「수학선생님도 몰래 보는 수학책」은 완전하지는 않을지라도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익히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너무 딱딱한 이미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 책 중간중간에, 아니 책 대부분에 걸쳐 수학과 관련된 농담도 곁들이는데, 서양식 감성이 짙게 드러나는 유머지만 그렇다고 재미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중학생 나이 정도의 학생이 읽는 것이 최선이나, 성인이 보아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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