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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SF

「화끈한 행성」- 할 클레멘트

by omicron2000 2021.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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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행성 수성에서 벌어지는 화끈한 하드 SF

 

화끈한 행성

하바드 출신 SF 작가, 하드 SF의 주창자, 할 클레멘트가 보여주는 행성 탐사 이야기.낮은 중력으로 인해서 대기가 형성되지 않는 수성에 대기가 가끔씩 관측된다. 그 현상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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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계의 첫 번째 행성 수성은 엄연한 태양계의 일원이지만 유독 SF에서는 인기가 없다. 금성의 경우에는 지구와 가까운 데다 크기도 비슷하며, 대기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테라포밍의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고, 외계인이 단골로 등장하는 화성은 물론,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영향으로 목성과 토성도 심심찮게 언급되는데, 수성은 크기가 작은 데다 태양과 지나치게 가깝다는 이유에서인지 SF 장르에서 잘 다루지 않는 경향이 있다. 현실에서도 화성은 테라포밍의 대상으로 연구 중이며, 금성은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사랑받아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관측 가능한 시간이 짧고 탐사선을 보내기도 어려운 수성이 홀대받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할 클레멘트의 「화끈한 행성」은 특이하게도 수성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 수성에 대해 알려진 것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적인 사실과 논리적 전개를 중시하는 하드 SF 작품이다.

 이야기는 수성에 대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말로 시작된다. 수성은 질량이 작아 중력이 약하고, 태양과 가까워 강력한 태양풍을 맞기 때문에 원래는 대기가 존재하지 않지만 모종의 이유로 대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알비레오 호를 통해 수성으로 온 지질학, 물리학, 생물학, 천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장비 고장과 저장 공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탐사와 연구에 몰두하는데, 대기 생성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산 폭발을 목격하게 된다. 이들은 화산재와 용암을 피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통신 전문가 자이노의 묘책으로 안전하게 우주선으로 귀환하는 데 성공한다. 「화끈한 행성」은 이처럼 매우 짧은 내용을 가지고 있는 단편이나, 그 정교한 과학적 묘사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가 하버드 대학교에서 천문학을 전공한 데다 고등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친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수성의 물리적 특성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성의 약한 중력 때문에 지구와는 판이하게 다른 화산 폭발의 양상이 그 예시이다.

 「화끈한 행성」에서는 수성에 대기가 생긴 원인으로 화산 활동을 지목한다. 수성의 내부는 지구의 외핵과 같이 액체 상태로 되어 있는데, 수성은 태양과 가깝고 그 궤도가 이심률이 커 타원형에 가깝다 보니 태양의 중력에 따라 마그마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각 내부에서 큰 열에너지가 발생하면 축적된 에너지는 지각을 뚫고 나오려 하고, 그 결과가 화산과 지진 활동이며, 이렇게 해서 일시적으로 대기가 생긴다고 말한다. 사실은 수성의 외핵이 액체라는 것 정도만 밝혀지고 나머지는 추측에 불과한 내용이나 실제로 수성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논리적으로 설명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 사회에 대한 상세한 묘사로 독자를 몰입시키는 소프트 SF와는 달리, 철저한 논리와 과학적 사실을 통해 설득력을 부여하는 것이 하드 SF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화끈한 행성」은 상당히 모범적인 하드 SF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천문학 지식이 어느 정도 요구된다는 점과 다소 과한 번역투로 되어 있다는 점이 아쉽지만, 읽는 데 크게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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