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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음식

「할매, 밥 됩니까」- 노중훈

by omicron2000 2021.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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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할매들이 차려주는 한 상

 

할매, 밥 됩니까

작고 허름하고 낮게 엎드린 동네 식당들, 그 식당들을 오래 지킨 사람들,그 사람들이 켜켜이 쌓아온 시시콜콜한 이야기-오랜 시간 한자리에 머물며 마을을 지켜온 식당들이 있다. 무심코 지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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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을 소개하는 글은 으레 '맛집'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자는 이 책을 그렇게 보지 말아달라고 한다. 실제로 수록된 식당들도 큰 규모와 깔끔한 서비스를 앞세우는 '맛집'들과는 제법 거리가 있는 집이다. 대신 여기 소개된 식당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제목이 말해주듯 할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이라는 점이다. 물론 보쌈이나 떡볶이를 위시한 전국 각지의 '원조 맛집'들 중에선 할머니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지만, 그런 곳들은 본인이 요리에 나서기보다는 레시피를 제공하거나 경영을 하며, 직접적인 식당 운영은 2세대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식당들은 자녀에게 물려주는 식당도 아니고, 물려줄 정도로 크고 잘나가는 식당도 아니다. 말 그대로 할머니 혼자서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라서 할매가 하는 식당인 것이다.

 다른 모든 식당이 그렇듯 할머니들의 식당도 저마다 개성이 있다. 음식의 종류만 해도 천차만별이며, 지역도 전국에 걸쳐 있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공통적인 부분을 하나 꼽자면 언제 없어질 지 모른다는 것이 있다. 할머니의 나이나 건강 문제도 있을뿐더러, 건물이 너무 오래되어 허물어야 하거나 자녀가 할머니를 모시고 살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만큼은 문을 닫을 이유가 되지 않는다. 할머니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소일거리로 식당의 문을 열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단골손님 몇 명만 이용하는 식당도 있었는데, 이런 곳은 단골손님들과 할머니가 수다를 떠는, 일종의 아지트나 다름없었다. 고작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구들이 쉴 장소를 뺏을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맛이나 서비스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TV에도 소개되곤 하는 유명 식당에 비해 할머니들의 식당이 특별히 우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손님이 찾아오면 할머니의 힘에 부칠 수도 있고, 크기가 작아 일정 규모의 손님은 들어올 수도 없으니 맛집으로 소개할만한 집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음식점이 아니라 사람을 담았다. 할머니들이 어떻게 식당을 열게 되었고 아직까지 운영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삶 말이다. 자신의 손주에게 밥을 줄 때처럼 다 먹기 힘들 정도로 많이 주는 할머니, 그러고도 돈을 다 받지 않겠다는 할머니, 자식에게 손 안 벌리겠다고 매일 식당 문을 여는 할머니 등, 여기에 담긴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할머니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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