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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예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매트 졸러 세이츠

by omicron2000 2021.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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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이 만들어낸 하나의 세계, 주브로브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앤더슨 터치’를 완벽하게 구현한 아트북!『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현대판 동화이자 환상적인 아트버스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세계의 창조자 웨스 앤더슨의 오리지널 아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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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주브로브카 공화국이라는 가상의 국가를 배경으로 뛰어난 영상미와 더불어 동유럽풍의 음악이나 특유의 액자식 구조, 시대에 따라 변하는 화면비 등 다양한 측면에서 독창성을 인정받아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워낙 섬세하고 창의적인 작품이라 보통 관객은 보는 것만으로는 영화를 완전히 파악하기 쉽지 않은데, 이 책에서 저자는 웨스 앤더슨 감독은 물론, 의상 제작자나 작곡가 등 영화 제작에 참여한 다양한 인물들을 인터뷰하여 독자가 영화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주로 다루는 것은 영화의 예술적 측면이다. 영화 자체가 예술의 한 종류기는 하지만, 영화의 스토리보다는 단편적인 장면의 색감이나 음악적 구성 등 시각적, 청각적인 단면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이 '예술적' 측면도 크게 셋으로 나누어 미술적, 음악적, 그리고 문학적인 내용으로 구분된다. 미술적인 요소로는 의상, 배경, 소품 등이 있으며, 음악은 영화의 배경음악, 그리고 문학은 웨스 앤더슨 감독이 이 영화를 제작하는 계기가 된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를 의미한다. 이 세 가지의 예술은 모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데 사용된 재료와도 같으며,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완전히 들어맞았기에 영화는 명작이 될 수 있었다.

 우선 미술을 예로 들어 보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볼 때 아기자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당신은 영화를 제대로 본 것이다. 호텔도, 절벽도, 케이블카도 실제 미니어처를 사용해 촬영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촬영 기법은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일단 영화에서 원하는 것과 동일한 건물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웨스 앤더슨 감독은 CG를 최소한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기에 도입되었다. 이것이 바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시각적 연출의 핵심이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최대한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작중에 나온 호텔의 내부는 실제 존재하는 건물에 세트를 설치해 만들어냈고, 기차 장면도 실제 구식 기차에 세트를 입혀 촬영했다. 아가사가 일하는 빵집의 상표나 등장인물의 복장 등을 디자인할 때에도 그 시대의 자료를 구해서 최대한 그럴듯한 모습으로 그렸다고 한다. 감독 본인조차 가보지 못한 장소와 겪어보지 못한 시대를 다룸에도 그 시대에 주브로브카가 있던 것처럼 만든 것이다.

 청각적 측면, 즉 영화의 음악도 마찬가지다. 본작에서는 일반적으로 영화 음악에 사용되는 악기 대신 동유럽의 향토 악기인 치터와 침벌롬, 발랄라이카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웅장함이 느껴지는 장면에서는 그레고리안 성가를 도입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영화 음악이 기억에 남는 경우는 드물지만 음악은 영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음악은 관객을 완전히 주브로브카로 데려온다. 그런 국가는 역사상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슈테판 츠바이크의 경우, 국내에서 잘 알려진 작가가 아닐뿐더러 그의 작품도 접한 적이 없기에 할 말이 많지는 않지만 그의 문학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기반이 되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감독은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발언을 한 바 있는데, 영화의 주인공 구스타브가 바로 전쟁 전 낭만이 가득한 세계, 즉 '어제의 세계'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처음과 끝에 소녀 - 작가 - 제로 - 구스타브로 이어지는 액자의 연쇄는 감독이 슈테판 츠바이크에게, 그리고 관객이 감독에게 보내는 경의를 의미하는 것이 명백하며, 나아가 이 영화 자체가 감독이 츠바이크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그는 츠바이크의 문학을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그의 문학에 기반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였고, 우리는 그 세계를 잠시 엿본 것이다.

 어쩌다 보니 서평보다는 영화의 감상평에 가까운 글이 되었지만, 이 책이 없었다면 영화의 반도 이해하지 못한 채로 남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이 영화는 섬세하게 만들어져 눈치채기 어려운 부분이 굉장히 많다. 기본적으로 짜임새가 좋게 만들어진 작품이라 이런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99%는 완성된 영화인데, 감독은 굳이 1%의 디테일까지 채워 가면서 100%짜리 작품을 만들어 냈고, 이 1%는 바로 슈테판 츠바이크에 대한 존경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본 관객이 영화를 100% 즐기기 위해 인터뷰와 이 책을 찾아 읽는 것은 다름 아닌 웨스 앤더슨에 대한 존경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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