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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예술

「행복한 클라시쿠스」- 김용배, 유정아, 유정우, 이미선, 장일범, 정만섭, 정준호

by omicron2000 2021.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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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들리는 것이 아니다. 몰라도 클래식을 들을 수 있다.

 

행복한 클라시쿠스

클래식을 들으며 찾아온 행복한 순간들을 만난다!클래식 멘토 7인이 전하는 클래식 대화법『행복한 클라시쿠스』. 클래식 전문 방송 ‘KBS클래식 FM’ 개국 33주년 기념도서로, 클래식 FM 33년의

book.naver.com

 클래식 음악이라 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고상하고, 어렵고, 왠지 귀족들의 전유물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클래식은 전혀 어려운 음악이 아닐뿐더러 서민들까지 누구나 즐긴 음악이라고 한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사람들이 길을 가며 불렀을 정도라니 말이다. 클래식이라는 고풍스러운 이름 때문인지, 혹은 단지 오래되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클래식에 대한 선입견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진입 장벽으로서 작용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입 장벽을 그나마 해소해 주는 것이 클래식 라디오가 아닐까 싶다. 물론 여느 라디오가 그렇듯 클래식 라디오도 듣는 사람만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적어도 공연장에 가지 않고 음악을 감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행복한 클라시쿠스」는 KBS 클래식 FM의 진행자 7명이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알려 주며, 들을 만한 작품도 추천해 주는 책이다. 라디오 진행자들이 쓴 책답게 독자가 클래식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며, 설명도 이해하기 쉽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처럼 악기를 연주할 수도 있고, 성악가가 될 수도 있다. 이들을 지휘하는 지휘자도 있으며, 공연자가 아니더라도 음악 평론가를 할 수도 있고, 음반 가게를 차릴 수도 있다. 물론 클래식 라디오 진행자도 그 중 하나인데, 이런 직업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클래식에 애정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책의 상당 부분은 저자 자신이 어째서 클래식에 빠져 이런 직업을 갖게 되었는지에 할애된다. 좋아하던 사람이 클래식을 들어서 자신도 따라 듣다 보니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고, 학생 시절 야간 자습 때 학교에서 음악 듣는 것을 금지했지만 클래식만큼은 괜찮다고 하여 클래식에 빠져든 사람도 있었다. 이렇듯 클래식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저마다 제각각이며, 좋아하는 작곡가나 음악 취향도 서로 다르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가진 공통점은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에 심취해 이를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게 게임이 되었든 영화가 되었든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는 사람이 더 늘어났으면 하지 않는가. 이런 면에서 클래식은 다른 취미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클래식에 대해 느꼈던 점은 클래식이 정말로 오래된 음악이라는 점이다. 단지 오래되었다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백 년 전부터 연주되던 음악이라는 사실이 곧 클래식 음악의 정체성을 구성한다고 생각한다. 현대 대중음악은 저작권자인 가수가 존재하고, 수십 년 전에 인기를 끌던 음악이라 해도 당시의 소리를 녹음한 경우가 많지만, 클래식 음악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작곡가들이 녹음 기술이 발달하기 전 죽었기에 우리는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바흐의 음악이 어땠는지 알 수 없다. 그들이 남긴 악보만을 보고 연주할 뿐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현대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은 악보를 토대로 자신만의 해석을 해 나간다. 그리하여 같은 음악이라 해도 지휘자에 따라, 연주자에 따라 조금씩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다. 어떤 클래식 애호가들은 연주자에 따른 이런 미미한 차이까지도 구분해 선호하는 연주자가 있다고 하는데, 그 정도로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었던 원동력도 클래식을 즐기는 마음가짐에서 나왔을 것이다. 결국 좋아해서 듣다 보니 알게 되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의 어원은 고대 로마 시민의 최상위 계층을 의미하는 '클라시쿠스'라고 한다. 동시에 이는 '잘 정돈된, 품위 있는, 영구적이며 모범적인'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초창기 클래식 음악을 주로 향유한 계층이 귀족이기도 하고, 당시엔 음악이라는 문화 생활 자체를 귀족들이 주도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더 이상 계층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젠 상위 계층이 아닌,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사람' 모두가 클라시쿠스인 셈이다. 클라시쿠스는 단순히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르헨티나 태생의 유대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의 미국 영문학자 에드워드 사이드가 창단한 '서동시집 관현악단'의 경우만 보아도 그렇다. 두 창단자가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이라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관현악단의 구성원들은 중동의 평화를 위해 모인 이스라엘과 아랍의 클래식 연주자들이다. 이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팔레스타인의 분쟁 지역까지 가서 공연을 했는데, 클라시쿠스란 이렇게 클래식 음악을 통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며,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을 뜻할 것이다. 이들처럼 대단한 의미를 가진 일이 아니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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