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달린 북미의 모든 동물들
존 제임스 오듀본은 새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사실주의 화가다. 새를 어찌나 좋아했는지 우선 밖으로 나가 새를 면밀히 관찰하고, 그 새를 사냥해서 잡아온 다음, 박제를 하거나 세밀화로 그렸는데, 그 솜씨가 하나같이 뛰어났다고 한다. 「북미의 새」는 그의 대표작으로, 프랑스에서 태어난 그가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발견한 새들을 그림으로 정리한 책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히 카메라가 대중화되기 이전의 조류도감이라고 여길 수 있으나, 실제로는 그보다 큰 가치를 지녔다. 경매에서 126억 원에 낙찰되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북미의 새」는 단순히 새의 형태만 그린 것이 아니라 서식지나 습성도 반영되었다. 물고기나 도마뱀 등 어떤 먹이를 주로 먹는지도 그림에 같이 그려넣어 생동감을 더했고, 한 번에 한 마리만 그리는 것도 아니라서 암수나 나이에 따른 모습의 차이를 알기도 수월하다. 그리고 한 그림에 종이 다른 여러 동물을 그려 넣기도 했는데, 그 덕분에 「북미의 새」에 수록된 종의 개수가 그림의 수보다 더 많다고 할 정도다. 저자가 얼마나 조류에 애정을 가지고 이 책을 집필하였는지 알 수 있다. 다만 현대적인 조류도감과는 달리 그림밖에 없어서 자세한 습성을 알 수는 없다. 조류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면 글로 된 설명이 있는 도감을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출간된 지 200년 가까이 된 책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새 연구로 유명한 생태학자 김성호 교수가 해설을 맡아 일부 종에 대해서는 짤막한 설명을 남겨 주기도 했지만 원작의 특성 상 그다지 자세한 설명이 있는 것은 아니고, 해설자로서 한 일은 국내에 서식하지 않아 한글 명칭이 존재하지 않는 새들에게 적당한 이름을 붙여 주는 것이 있다. 원래는 200여 점의 그림이 수록된 책이지만, 모종의 사유로 번역되며 100점 정도만 수록되었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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