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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생명

「고양이 언어학」- 주잔네 쇠츠

by omicron2000 2020.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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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하는 말을 듣고, 고양이와 이야기하기

 
고양이 언어학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있거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고양이의 다양한 울음소리를 유심히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다 보면 꼭 소리를 유심히 듣지 않더라도 상황에 따라 고양이가 뭘 원하는지 자연스레 알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스웨덴의 한 음성학자는 사랑하는 고양이들과 더 깊이 대화하고 싶은 마음에 본격적으로 고양이 언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소리 “야옹”부터 기분 좋은 인사 “우르르르”, 경고의 소리 “하악”, 발정기에 들을 수 있는 고양이송, 듣는 사람까지 편안하게 만드는 골골송 “고로롱고로롱”, 먹이를 잡기 위해 하는 채터링 “아카카칵”까지 크게 여섯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그 안에 상황별 다양한 소리의 차이를 분석했다. 강압적이고 인위적인 실험이 아닌,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관찰하여 최대한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이 각각의 소리들은 소리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직접 들으며 이해할 수 있도록 QR코드로 수록했다. 또한 고양이 언어뿐만 아니라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며 알게 된 커뮤니케이션 노하우와 문제 해결 방법을 Q&A 형식으로 담고 있어,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에게 유용한 팁도 제공한다.
저자
주잔네 쇠츠
출판
책세상
출판일
2020.01.06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한다. 특히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 이른바 '집사'들은 고양이 침대, 고양이 장난감 등 애묘(愛猫) 용품에 쓰는 돈을 아끼지 않을 정도이다.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다고 해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고양이를 보면 괜히 친한 척하고 싶어 지기 마련인데, 고양이는 안타깝게도 사람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양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책의 저자인 주잔네 쇠츠는 언어학자이자 무려 다섯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는 애묘인으로, 자신의 전공을 살려 고양이들의 언어를 분석하고 연구하였다. 그런데 저자의 연구 방식이 독특하다. 울음소리를 연구하기 위해서 성대에 기계를 부착하거나 털을 깎고 측정장치를 대는 방식은 고양이의 건강에 해가 될뿐더러 고양이는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고양이를 카메라 앞에 세워 두고 울음소리를 내도록 유도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 이유로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저자는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울음소리를 낼 때마다 재빨리 녹음하고 상황을 기록하는, 어찌 보면 번거로운 방식을 택했다. 진정한 애묘인이자 바람직한 연구자의 자세라고 할 만하다.

 저자는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모으고(고양이를 다섯 마리나 키우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언어학에서 사용하는 음성 기호를 통해 어느 정도 분류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각각의 소리를 낼 때 고양이의 입모양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그 소리를 어느 상황에서 내는지도 분석해 상당히 깔끔한 결과를 내었다. 예를 들자면 가장 흔하게 듣는 '야옹' 소리는 고양이가 사람에게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을 때 내는 소리이며, 이 소리가 사람 아기의 소리와 비슷한 음역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양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는 둘째치고)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고양이에게 주의가 간다고 한다. 실제로 고양이를 본 사람들은 많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인데, 내 경우에는 학교에서 고양이가 건물 안에 들어가고 싶을 때 문 앞에서 야옹하고 우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야옹'과는 반대로 '아카카칵'은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고, 심지어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도 들은 적 없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새나 작은 동물 등 사냥감을 보면서 내는 소리라고 한다. 그 외에도 으르렁대는 소리나 하악질, 구애송 등 고양이를 보면 들을 수 있는 대부분의 소리는 몇 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고, 각각 어느 상황에서 사용되는지도 구분이 가능하다.

 하지만 단순히 울음소리가 우리 귀에 어떻게 들리는지 하나만으로 고양이가 하는 말을 완전히 알아들을 수는 없다. 고양이들은 음성 언어 외에도 다양한 수단을 통해 대화하기 때문이다. 꼬리를 세우거나 움직이면서 시각적인 표현을 하기도 하고, 냄새를 통해서 의사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 고양이만큼 냄새를 잘 맡는 것은 아니라 우리가 이런 표현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고양이들의 행동은 볼 수 있다. 고양이의 행동을 통해 지금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경계하는지 등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고양이들과 대화하는 것을 시도해본다. 앞에서 고양이 언어를 분석한 것을 활용하여, 고양이와 친해지고 싶을 때에는 으르르릉 소리를 내고, 고양이들이 싸울 때에는 하악질을 따라 해 보는 것이다. 놀랍게도 제법 효과가 있어 고양이들과 친해지거나 싸우는 고양이들을 떨어뜨리는 데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하니, 길고양이라도 만나면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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