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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생명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갈로아

by omicron2000 2020.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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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의 진화를 세상에서 가장 쉽게 배우는 법

 
곤충의 진화(만화로 배우는)(한빛비즈 교양툰)
2018년 3월 딴지일보를 시작으로 디시인사이드와 페이스북, 네이버 포스트에서 본격 연재를 시작하면서 6개월 만에 4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과학 웹툰 『곤충의 진화』. 추가·보완을 거쳐 단행본으로 펴낸 것으로, 매미, 잠자리, 메뚜기, 사마귀, 바퀴벌레 등 곤충이 현재 모습으로 진화하게 된 필연을 보여준다. 매 화마다 드립과 패러디가 넘쳐나 배꼽 빠지게 웃는 동안 곤충도감이나 교과서에서도 배운 적 없는 과학 지식을 자연스럽게 얻고, 어느새 곤충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저자
김도윤
출판
한빛비즈
출판일
2018.10.15

 생물학을 공부한 저자가 인터넷 사이트에 연재하던 만화를 모아서 책으로 펴냈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고 우수한 글들이 엄선되는 HIT 갤러리에 올라간 작품이기도 하며, 유익한 내용과 쉽게 이해되는 그림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생소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나 저자가 공룡 삽화를 의뢰받은 적이 있었을 정도로 생물학적 지식과 그림 실력이 두루 뛰어난 사람이기에 더 평가가 좋았을 것이다. 인터넷에 정보 전달용 학습만화를 연재하는 사람은 제법 되지만 비전공자가 직접 조사해서 그리는 경우도 있고, 전공자라 해도 대부분 간단하게 그리기 때문에 전문성과 그림 실력을 겸비한 이 작품이 더욱 주목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을 다루기 전에 먼저 저자인 갈로아를 언급할 수밖에 없다. 만화가로 데뷔한 생물학도라는 기묘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그는 그림도 잘 그리지만 천성이 곤충학자이다. 그의 예명인 갈로아부터가 희귀 곤충인 갈로아벌레에서 딴 이름이다. 갈로아벌레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릴 정도로 원시적 곤충인데, 대부분 멸종하고 극소수만 남아있다고 한다. 그 서식지 하나가 아종 하나를 의미한다고 할 정도로 희귀한 곤충이지만 곤충에 빠져있던 저자는 중학생 시절 신종 갈로아벌레를 발견하고, 그 연구로 대회에 나가 상도 받았다. 이를 계기로 하여 본격적으로 대학까지 생물학을 공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곤충을 직접 시식한 뒤 그 맛을 인터넷에 올린 적도 있을 정도로 곤충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각별하다.

 저자부터가 이렇게나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당연히도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의 전문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아무리 내용이 유익하다고 해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작품이니만큼 재미가 없으면 주목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림이 좋아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디시인사이드의 성격을 생각해본다면 유익하고 정확한 내용에 그림만 좋다고 그 정도로 인기를 끌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는 학습만화의 필요조건인 재미가 있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룸에도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 재미의 원동력 중 하나는 수많은 서브컬처의 패러디인데, 굽시니스트보다는 살짝 대중적이지만 「야밤의 공대생 만화」와 비교했을 때 조금 마니악하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밈도 많지만,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에서 따온 것도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디시인사이드에서는 댓글에 이 장면은 무엇의 패러디냐는 등의 이야기도 자주 있었다. 패러디를 모른다고 해도 작품의 이해에 지장을 줄 수준은 아니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가 가지는 진정한 가치는 학습만화에 있어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전에도 유명한 학습만화는 많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2000년대 초가 학습만화의 전성기 시절로, 교육 열풍이 불면서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를 둔 가정에는 집집마다 학습만화 세트가 있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중 일부는 지금까지 이어지며 출판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는데, 첫째로 학습만화가 기본적으로 아동층을 대상으로 하기에 내용의 질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둘째로 유튜브 등 새로운 시장의 개척으로 학습만화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는 아동용 학습만화가 아니다. 생물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보아도 좋을 정도로 내용의 질이 높고, 성인도 즐길 수 있도록 유치하지 않다. (사실은 저자와 비슷한 나이대의 성인만 즐길 수 있는 쪽에 가깝지만) 심지어 해외에도 번역되어 교양 만화 중 상위권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고 하니, 과학 교양 만화로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후속작인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도 같은 과정으로 펴냈고, 웹툰을 연재한 경력도 있으니 앞으로 펴낼 책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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