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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역사

「命名 : 이름을 짓다」- 한국족보박물관

by omicron2000 2022.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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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반적인 책은 아니고 대전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한국족보박물관에서 진행한 기획전시의

내용을 다룬 책자이다. 그래서 그런지 책 자체에 대한 정보는 따로 찾아볼 수 없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이 이름만 쓰고, 김용옥처럼 간혹가다 자신의 호를 짓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본명 말고도 아호, 자, 호 등 여러 이름이 사용되었다. 아호는 영아사망률이 높았던 시대에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사용하던, 말 그대로 아이 때의 이름이다. 성인이 되어 항렬자에 맞추어 짓는 이름은 관명이라고 했는데, 일반적으로 본명으로 취급하는 것이 이 관명이다. 이름 세 자 중 성은 가문의 이름이고, 돌림자라고도 부르는 항렬자는 내 형제와 사촌들의 이름이다. 마지막 한 자는 같은 항렬의 친척 중 나를 구분하기 위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관명에는 조상과 가족들의 이름 또한 담겨 있어서 이를 함부로 부르는 것이 금기시되었다. 그래서 주변인들이 대신 사용한 이름이 바로 자(子)이다. 자를 지을 때에는 바라는 모습을 투영해서 짓기도 했지만 관명에 있는 한자와 같은 의미의 한자를 사용하는 식으로, 자를 통해 이름을 유추할 수 있게 짓기도 했다고 한다. 다만 시대가 지나면서 자 또한 어느 정도 금기시되었는데, 그래서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호(號)이다. 주로 부모나 윗사람이 지어 주는 다른 이름과 달리, 호는 스승과 부모는 물론, 지인이 지어주거나 자기 자신이 짓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숫자 자체에도 제한이 없어 극단적으로 추사 김정희는 호를 500여 개나 가지고 있었다고 할 정도다. 호를 지을 때에는 고향의 지명이나 자신의 성격 등 다양한 요소를 이용했다고 하니, 개인의 특성이 가장 잘 담긴 별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이름을 이용한 것은 이름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타인을 귀하게 여긴다면 그 이름 또한 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본명 대신 부를 이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왕이나 황제의 이름은 이보다 더욱 중요해서 한자 자체를 쓰지 않는 피휘를 했는데, 조선 시대에는 이 피휘에 의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잘 사용되지 않는 한자를 왕족의 이름으로 사용했다. 백성들을 위한 왕족 나름대로의 배려인 셈이다.

 항렬자에도 신경 쓸 요소가 많다. 보통은 족보에서 항렬자로 사용한 한자를 지정해 주나, 본관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항렬자를 사용한 흔적이 있다. 주기적으로 외자 이름을 짓는 가문도 있고, 오행의 원리를 대입해서 火, 水, 木, 金, 土를 부수로 가진 한자를 항렬자로 사용하는 가문도 있다. 심지어 일부터 십까지 숫자를 부수로 갖거나 子부터 亥까지 십이지와 연관된 한자를 넣도록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항렬자에 특정 규칙을 넣은 것은 여러 대를 거쳐가면서도 같은 집안이라는 동질감을 주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다.

 이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것은 현재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미신적으로 느껴진다. 아무리 잘 사용되지 않는 한자를 엄선했다고 해도 역사를 연구하다 보면 군주의 이름을 피휘한 흔적이 적잖게 나타나고, 한 사람이 쓰는 이름이 여럿이면 외우기도 번거롭다. 아이에게 지어주고 싶은 이름이 있어도 항렬자에 맞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실생활에서의 효율성을 생각하면 관명 하나만 가지고 있는 편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아호, 자, 호, 시호, 묘호 등 다양한 이름은 옛사람들이 그들 나름대로 서로 간에 존중을 표하는 방식이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과거에 존재했던 하나의 문화이자 역사의 일부로서, 이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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