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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역사

「탈세의 세계사」- 오무라 오지로

by omicron2000 2021.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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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 만들어낸 세계와 탈세로 무너진 제국들

 

탈세의 세계사

세계사를 ‘세금’과 ‘탈세’라는 프리즘으로 바라보면서,역사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과 통찰력을 길러주는 대중교양서!고대 로마 제국 멸망, 스페인의 몰락, 미국 독립전쟁, 프랑스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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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세금이란 '국가 또는 지방 공공 단체가 필요한 경비로 사용하기 위하여 국민이나 주민으로부터 강제로 거두어들이는 금전'을 말한다. 세금이 국가 재정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역사상 부흥했던 제국들은 모두 탄탄하고 안정적인 조세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고대 이집트부터 시작해 중국, 로마 등이 대표적으로, 이들은 세금으로 크게 발전했지만 멸망에도 세금이 깊게 관여하였다는 특징이 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탈세로 인한 세수의 부족이 멸망의 주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전쟁이나 종교 때문에 멸망했다고 여겨지는 국가들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세금 수급의 문제로 전쟁에서 보급이 되지 않았다거나, 세금이 면제되는 종교 시설에 권력이 집중되어 국가가 붕괴한 식이다. 이렇게만 두고 보면 탈세를 통해 국가 재정을 악화시킨 국민들에게 멸망의 책임이 있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을 알고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그 원인이 국가에게 있든 국민에게 있든 기업이나 종교에 있든, 이 책은 세금에 얽힌 역사의 다방면을 비춘다.

 시대나 장소에 관계없이, 모든 국가의 통치자들에게 있어서 세금은 중대한 문제였다. 세율이 너무 낮으면 국가 재정에 구멍이 생겨 운영이 불가능해지지만, 반대로 세율이 너무 높으면 국민들의 반발이 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통신이나 세금 유통의 문제까지 겹쳐 (현재 기준으로는) 비효율적인 조세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대표적인 체제가 바로 로마의 징세 청부 제도이다. 이 제도가 나온 배경을 따져 보자면, 당시에는 중앙 정부가 전국(특히 식민지)의 인구를 파악하는 데에 무리가 있어서 국민 한 명 한 명에 대한 조세가 불가능했고, 일정 지역에서 정부 대신 징세를 할 대리인을 보내 이를 담당하게 해야 했다. 그런데 세금이 모일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1년 치 세금보다 약간 적은 양을 우선 대리인에게서 받은 다음 1년 동안 지역 주민들로부터 국가 대신 세금을 받을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징세에 드는 비용이 절약되는 데다가 1년 치 세금을 한 번에 당겨 받을 수 있어서 좋은 체제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는 로마의 몰락을 가져오는 원인이 되었다.

 문제는 정부가 아니라 징세 청부인의 관점이었다. 한 지역의 1년치 세금을 한 번에 낼 수 있어야 했기에 징세 청부인들은 원래부터 대단한 부자들이었는데, 징세권을 이용해 더 큰 이익을 보고자 정해진 세금 이상으로 주민들을 착취했던 것이다. 징세 청부인들은 이렇게 번 돈으로 징세권을 계속 사들이면서 부를 키워 나갔고, 주민들은 점점 가난해졌다. 징세 청부인이 바로 성경 등에서 나오는 '세리'로, 성경에서 이들에 대해 부정적인 말만 나오는 것이 이 때문이다. 더구나 징세권을 팔 때에는 걷을 수 있는 세금보다 싸게 팔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정부 재정에도 문제가 되었고, 이런 문제가 지속되자 로마의 국력은 점점 쇠퇴하게 된 것이다. 이런 문제점이 있었지만 로마 멸망 이후로도 징세 청부 제도는 유럽 곳곳에서 시행되었는데, 이는 프랑스 대혁명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산소를 발견한 프랑스의 화학자 라부아지에 또한 징세 청부인이라는 이유로 혁명에서 살해당했는데, 고대 로마의 세리에 대한 증오가 근대 유럽까지 계속되었던 셈이다.

 그 외에도 세금으로 인해 몰락한 국가는 수도 없이 많다. 관리들에게 징세를 맡긴 고대 이집트는 관리가 부패해 과한 세금을 걷자 세금이 면제되는 신전에 사람들이 몰리며 몰락의 길을 걸었고, 중국에서는 진나라, 한나라부터 원나라까지 조직적인 위폐 유통과 금속의 밀조, 탈세로 인해 세수 확보에 큰 타격을 입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교회가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주변국들에게 '교회세'를 걷어 프랑스나 영국 국왕과 충돌한 사건이 있었으며(영국 국교회 창설과 아비뇽 유수가 이에 간접적으로 관련되어있다.) 이후 대항해 시대의 시작과 영국의 시민 혁명, 미국의 독립 전쟁까지 수많은 사건이 세금, 정확히는 탈세에 엮여 있다. 심지어 히틀러도 「나의 투쟁」의 인세에 대한 세금을 모조리 탈세했으며, 비틀스도 세금을 적게 내고자 골머리를 앓았다고 하니, 탈세가 세계사에 미친 영향은 헤아릴 수가 없다.

 현대에는 징세 청부 제도도 없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세금 징수가 체계화 되었으며, 탈세 적발과 처벌이 더 효과적으로 운영되기에 과거처럼 탈세가 일어나지는 않지만, 새로운 문제가 부각되었다. 바로 조세피난처다. 이는 타국에 비해 법인에 대한 세율이 매우 낮거나 없는 지역을 뜻하는 말로, 단지 절세 용도로만 사용되는 것이라면 몰라도 돈세탁이나 자금 은닉, 직접적인 탈세와도 이어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된다. 이를 사용하는 자들의 정보가 파나마 페이퍼즈라는 이름으로 폭로된 사건이 있었는데, 전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물론 유력 정치인이나 대기업 사장 등 수많은 정·재계 인사들이 포함되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조세피난처로 인한 탈세와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보면 탈세라는 행위가 국가를 멸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대단히 치명적이며, 자신의 욕심 때문에 나라에 피해를 입히는 행위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의외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 정반대이다. 탈세를 한 국민이 문제가 아니라 탈세를 할 정도로 부당한 과세를 한 국가가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욕심으로 탈세를 하는 사람도 많지만, 지금까지 언급한 국가가 모두 그 때문에 멸망한 것은 아니다. 덧붙여 저자가 경계하는 것은 부패 관리나 징세 청부인이 보여주는 부의 양극화이다. 그는 부의 양극화가 결국은 탈세를 불러오며, 이 탈세가 국가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따라서 탈세를 막기 위해서는 단순히 처벌과 단속을 강화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조세제도를 처음부터 점검해 부의 재분배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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