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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SF

「나이트플라이어」- 조지 R.R. 마틴

by omicron2000 2022.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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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을 나는 우주선 속의 밀실살인사건

 
나이트플라이어(양장본 HardCover)
21세기 환상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조지 R. R. 마틴의 호러 SF 소설 『나이트플라이어』. 넷플릭스 드라마화를 기념하여 유수의 SF 작가들과 공동 작업을 해온 일러스트레이터 데이비드 팰럼보의 그림을 함께 담아낸 일러스트 에디션이다. 극의 이해와 공포감을 배가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15장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인류가 천 년 가깝게 계속된 외계 종족들과의 전쟁의 여파로 인해 완전히 와해되어버린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문명의 재건에 나선 행성 아발론의 인류는 수수께끼의 외계 우주선 볼크린의 정체를 밝힐 목적으로 아홉 명의 과학자를 파견하고, 소설은 이 과학자들이 우주선 나이트플라이어 호에 탑승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전형적인 외계와의 퍼스트컨택트(First Contact)물로 보이는 도입부이지만, 과학자들이 우주선 밖이 아니라 안에서 미지의 존재를 느끼면서 호러 SF의 색채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저자
조지 R R 마틴
출판
은행나무
출판일
2018.10.11

 조지 R.R. 마틴은 드라마로 큰 인기를 끌었던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이나, 사실 그는 SF나 호러 소설 쪽에도 조예가 깊은 작가다. 「나이트플라이어」는 SF와 공포가 결합된 작품으로, 어떻게 보면 이런 SF 호러가 그의 전문 분야에 가깝기도 하다. 이 작품은 먼 미래에 인류가 연방 제국을 만들어 크게 융성하다 외계인과의 전쟁으로 몰락한 시점을 배경으로 하는데, 제국만 무너졌을 뿐 곳곳에 문명이 유지되는 행성이 있다는 설정이다. 동일한 세계관('천 개의 세계'라고 부른다)으로 여러 작품이 존재하지만 「나이트플라이어」는 그 중에서도 볼크린이라는 외계 종족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우주 외곽으로 탐사를 나간 조사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볼크린은 아주 먼 과거부터 우주의 가장자리를 향해 나아가는 정체불명의 대상을 말한다. 사람들은 고도로 발전한 고대 종족이 우주선을 타고 나아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인류는 이들의 목적이나 기술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조사대가 결성된다. 이들을 볼크린에게로 데려갈 우주선 나이트플라이어호의 주인은 로이 에리스라는 남자로, 그는 자신이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조사대원들과 접촉하지 않으려고 하며, 자신이 있는 곳을 선원들과 완전히 분리하는 특이한 자였다. 더구나 우주선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두었는지 조사대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으며, 대화가 필요할 때는 자신의 홀로그램을 선실에 투영시켜서 나타났다. 조사대원들은 그가 진짜 살아있는 사람인지조차 수상하다 느껴져 그의 정체를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조사대의 텔레패스 라사머가 텔레파시를 사용하다가 머리가 폭발해 사망하는 것을 시작으로 조사대원들이 하나씩 목숨을 잃게 된다. 로이 에리스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장면부터는 극적인 반전이 계속되니 직접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SF 소설인 동시에 우주선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이 한 명씩 죽어가는, 슬래셔 영화나 밀실살인의 소재가 섞인 작품이다. 특히 호러 영화와 플롯이 비슷하기에 영상화에 적합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정작 두 번의 영상화 모두 평이 그다지 높지는 못하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영상화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더러 있으니 이 점이 작품의 가치를 깎아내지는 않고, 오히려 책으로 읽을 때 영화보다 몰입력이 강한 작품이라도 할 수 있겠다. 볼크린의 정체, 로이 에리스의 정체, 살인마의 정체 등 다양한 반전이 거듭되는 최후반부는 정말 쉴새없이 넘어간다. <왕좌의 게임>으로 조지 R.R. 마틴을 접한 사람이라면 그의 새로운(사실은 본래의) 측면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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