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살인 동기를 가지는 험담꾼의 죽음
- 저자
- M C 비턴
- 출판
- 현대문학
- 출판일
- 2016.07.25
스코틀랜드 북부의 시골 마을 로흐두에서 낚시 교실이 열리고, 잉글랜드나 미국 등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인다. 밝은 분위기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지만 그 분위기를 깨는 사람이 하나 있는데, 다른 참가자들의 트집을 잡으며 성가시게 구는 레이디 제인이 그 장본인이다. 낚시 교실의 주최자인 카트라이트 부부는 그녀를 다른 참가자들과 다른 낚시터로 안내하는 식으로 갈등을 무마하려 하지만 숙소에서도 레이디 제인은 험담을 멈추지 않았고, 며칠 뒤 별안간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그녀는 사실 황색언론지에 각종 가십을 기고하던 사람이었는데, 참가자들이 저마다 숨기고 싶은 비밀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기에 살인범을 추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된다. 지금까지 게으른 모습만 보이던 로흐두의 순경 해미시 맥베스가 마을 주민들의 조력과 추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주 내용이며, 서서히 드러나는 참가자들의 비밀, 그리고 등장인물들 사이의 미묘한 로맨스 기류가 주목할 만하다.
이런 전통적인 추리 소설은 대개 탐정이 등장하기 마련이고, 그 탐정이 얼마나 매력적인 인물임이 작품의 인기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곤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본작의 주인공 해미시 맥베스는 충분히 매력적인 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경찰은 자연스럽게 할 일이 없기에 그는 평상시에 거의 게으른 한량처럼 지내고, 친하게 지내는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그는 사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탐정이며, 동생이 여섯이나 있는 장남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로흐두의 경찰을 직업으로 삼은 것이다. 대부분의 월급을 집에 보내기 때문에 종종 연어를 밀렵하기도 하는데, 경찰이면서도 법에 얽매이지 않는 소탈한 모습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대도시라면 이런 사람이 경찰을 할 수는 없었을 테지만, 이 또한 시골 마을이라는 배경이 영향을 미친 독특한 캐릭터성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작품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그 배경이 스코틀랜드라는 점에 있다. 탐정으로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 셜록 홈즈부터 시작해 에르퀼 푸아로나 브라운 신부 등 상당수의 영국인 탐정들은 잉글랜드에 사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카운티마다 문화적 차이가 큰 영국의 특성상 해미시 맥베스와 로흐두는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사실 저자가 노골적으로 스코틀랜드 티를 많이 낸다. 맥베스라는 성만 봐도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나오는 스코틀랜드의 왕 맥베스(동명의 실존인물을 모델로 함)와 같지 않은가. 스코틀랜드 특유의 음식이나 표현도 나오고, 잉글랜드인에 대한 묘한 부정적 인식도 드러난다. 해미시 맥베스의 머리카락이 붉다는 점도 스코틀랜드인의 특징 중 하나다. 스코틀랜드인 탐정 자체가 희귀하기 때문에 이런 배경 묘사만 보아도 제법 새로운 느낌이 든다.
시골 마을의 낚시 캠프라는 설정은 외부인이 들어오거나 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일종의 클로즈드 서클 추리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외부의 개입 없이 초반에 소개된 참가자 중에 범인이 있음이 거의 분명하다는 말이다. 물론 캠프와 무관한 로흐두 마을 주민이 범인일 가능성도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랬다간 작품이 이 정도로 유명해지지도 못했을 것이다. 살인의 목격자가 없다 뿐 복잡한 트릭을 쓴 게 아니라 단순히 떨어뜨린 것에 불과해 트릭의 분석보다는 심리적인 떠보기와 추리가 주가 되는데, 고전적인 트릭을 활용한 범죄를 기대한 것이라면 결말 부분에서 너무 쉽게 해결되는 게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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