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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신화

「라마야나」- R. K. 나라얀

by omicron2000 2020.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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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읽는 태고의 발리우드 영웅담

 
라마야나(아시아 클래식 3)
서양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 비견되는 서사시 『라마야나』. 신의 아바타 라마 왕자의 모험과 사랑을 그려낸 작품이다. 인도를 비롯해 네팔, 말레이시아,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등 아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간 이 고전은 다양한 지역과 다양한 언어로 이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또한 문학, 무용, 연극, 미술, 생활 등 여러 영역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은 『라마야나』의 여러 판본 가운데 인도가 자랑하는 이야기꾼 R. K. 나라얀이 편저한 것을 우리말로 옮겼다. 우리 시대 최고의 번역가로 꼽히는 김석희가 번역을 맡아 『라마야나』가 가진 힘과 R. K. 나라얀의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을 최대한 살렸다. 또한 이야기 곳곳에 등장하는 인도 특유의 문화나 다양한 신들의 이름을 재현해냈다.
저자
R K 나라얀
출판
아시아
출판일
2012.10.17

 인도에는 수만 명이 넘는 신이 있다고 한다. 그 중 가장 높은 신을 꼽으라면 세상을 창조한 신 브라흐마, 세상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신 비슈누, 그리고 파괴의 신 시바가 있다. 하지만 신의 지위와는 별개로 인도 신화 제일가는 영웅이자 가장 인기가 높은 신을 꼽자면 라마일 것이다. 인도 안으로는 그를 다룬 책과 연속극이 큰 인기를 끌며, 심지어는 태국 국왕의 명칭도 라마이다. 신화상에 등장하는 라마의 모습을 이상적 군주상이라 여겨 인도 밖의 나라에서도 이를 본받고자 한 것이다. 이런 라마의 모습이 드러난 작품이 바로 「라마야나」로, 비슈누의 화신으로 태어난 그가 아름다운 여인 시타를 만나고, 나찰 왕 라바나에게 납치당한 그녀를 구하기 위해 싸워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라마는 최고신인 비슈누의 화신인만큼 그야말로 모범적인 영웅의 면모를 보인다. 왕자로 태어난 그는 수려한 외모로 전국민의 사랑을 받고, 어려서부터 훈련받아 무력 또한 막강해 세상해 당해낼 자가 없으며, 자신에게 불리하다 하더라도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등, 인격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흠 잡을 데 하나 없다. 하지만 그런 라마라도 나찰의 왕 라바나와 그의 왕국을 혼자 상대하기는 버거웠기에 동생 락슈마나와 원숭이 전사 하누만과 함께한다. 라마와 그 일행은 여러 곳을 지나며 나찰들과 상대하고, 끝내 라바나와 싸워 그를 제압하는 데에 성공하는데, 이 과정은 다른 영웅 신화와 비교해보아도 눈에 띄게 영웅적이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이나 북유럽 신화의 용을 잡은 전사들에게 비극성이 두드러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렇다고 라마가 완벽한 존재는 아니다. 비슈누 신의 화신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의 몸을 타고난 존재이기에 실책을 범하는 경우도 있다. 원숭이 왕국에서는 한쪽의 말만 듣고 원숭이 왕을 살해하였고, 락슈마나의 말을 듣지 않고 행동하다 나찰에게 당할 뻔한 것이 그 예이다. 여기에 더해 납치되었던 아내 시타에게 정절의 증명을 요구한 것도 현대에는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다만 이러한 결점이 그의 영웅성을 희석시키지는 않는다. 「라마야나」는 판소리처럼 오래 전부터 전해내려오는 이야기가 변형되고 살이 붙은 작품이기에 시대에 따라 관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결점이 있음에도 높은 인기를 누린다는 점에서 「라마야나」의 가치는 더욱 높다고 볼 수도 있다.

 「라마야나」를 읽다 보면 마치 한 편의 발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하다. 과장된 묘사와 격양된 분위기가 인도 영화의 그것과 흡사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천 년도 전에 쓰인 작품인데 현대의 매체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는 것은 그만큼 남아시아의 문화를 잘 반영한 작품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생각해보건대, 라마를 신으로 섬기든, 설화상의 영웅으로 여기든, 단순히 문학작품의 주인공으로 생각하든 「라마야나」의 진정한 가치는 남아시아 지역 전반을 아우르는 거대한 문화컨텐츠로서 가지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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