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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생명

「1일 1새 방구석 탐조기」 - 방윤희

by omicron2000 2024.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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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피딩 1년의 관찰 기록

 
1일 1새 방구석 탐조기
탐조인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방윤희 작가. 12년간 함께 한 유기견 ‘비단이’의 죽음으로 상실과 무력감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창가에 모이를 놓고 새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관찰이 아니라 ‘본다’고 말한다) 그리고 모이 옆에 구형 스마트폰을 설치하고 하루 8시간 영상을 찍었다. 이 책은 창틀 먹이터를 찾아오는 새들의 사생활을 기록한 소소한 생태 일기이다. 진흙을 짓이겨 집을 짓느라 부리가 닳아버린 동고비, 맛있는 아몬드를 골라 먹는 미식가 곤줄박이, 무리를 이루며 연대하는 참새, 맛집 주소를 수컷에게도 알려준 다정한 청딱따구리, 한쪽 발이 잘려도 기죽지 않는 박새, 몸집은 제일 작아도 해가 뜨고 가장 먼저 모이를 먹으러 날아오는 쇠박새…. 새들의 생생한 영상은 BBC 자연 다큐멘터리 못지않다(?). 영상이 아니었다면 누가 이 새들을 기억할까. 먹고 싸고 털갈이하고 다투고…, 별일 없는 새들의 일상을 저자는 묵묵히 바라보고 기록한다.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매일 똑같은 하루라고 지루해하지 않고 지치지 않는 새들을 저자는 조금씩 닮아간다. ‘기적과 신비’는 멀리 있지 않다. 피할 수 없는 삶에 대한 긍정과 묵묵히 살아내는 ‘별일 없는 하루’에 있다. 유머와 상상력, 따듯한 그림으로 담아낸 새들의 삶은, 우리를 방구석에서 드넓은 하늘로 이끈다.
저자
-
출판
생각정원
출판일
2023.11.24

 탐조라 함은 새를 관찰하는 취미를 말한다. 카메라를 들고 산이나 바다로 가서 새를 보는 것이 보통이지만, 저자처럼 방구석에서 탐조를 하는 방법도 있다. 창가에 모이를 두고 밥을 먹으러 찾아오는 새들을 녹화해 영상을 보며 관찰하는 것이다. 꼭 창틀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새 먹이를 주며 관찰하는 탐조를 버드피딩이라고 한다. 무분별하게 먹이를 뿌리는 것이 아니라 지정된 장소에 적당량만 두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저자는 이를 준수하며 1년 동안 새를 보았고, 이 경험을 일기로 남겨 엮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곳에서 그 영상을 볼 수 있다.

 비싼 카메라를 가지고 희귀한 새가 많은 장소를 찾아다니는 것도 탐조의 한 방법이지만, 이렇게 집 앞에 오는 새들을 보는 탐조에는 특별한 장점이 있다. 한 장소에서 고정적으로 관찰하기 때문에 같은 개체를 반복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새들이 다 똑같아 보이지만, 저자는 남다른 관찰력으로 새들의 특징을 잡아내어 이름도 붙여 주었다. 어떤 새가 어떤 새와 부부 관계인지, 이 개체는 같은 종의 다른 개체와 성격이 어떻게 다른지 등 개체를 구분함으로써 알게 되는 재밌는 요소가 많다. 다리를 다친 개체가 점차 상처를 회복하고 활동하는 과정도 볼 수 있고,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아 걱정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1년 365일 동안 꾸준히 관찰하는 게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진귀한 경험이다.

 생각보다 집 근처에 사는 새가 다양하다는 점과, 이 새들이 저마다 다른 습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예를 들자면, 저마다 선호하는 먹이가 달라 저자는 먹이의 종류를 달리하기도 하고, 박새처럼 작은 새들을 위해 잘게 쪼개주기도 한다. 어치는 둥지를 지으려고 기껏 나뭇가지를 가지고 왔다가 창틀에 두고 가기 일쑤며, 뿡뿡 소리를 내면서 양껏 먹고 가는 멧비둘기가 얄밉다는 솔직한 평가도 재미있다. 주변에 비둘기 참새 까치 정도만 있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은 굳이 산에 들어가지 않아도 직박구리, 곤줄박이, 쇠박새, 청딱따구리 등 새들이 얼마나 많고 그 습성은 또 얼마나 다양한지 접하고 놀랄지도 모른다.

 저자는 키우던 개를 떠나보낸 이후 탐조를 하며 우울한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고맙게도 그 경험을 책으로 공유하니, 독자들도 이 책을 읽으며 이를 간접 경험으로 삼아 슬픔을 극복할 수 있길 바란다. 새들은 모두 훌륭한 철학자이자 상담사이니 말이다. 저자가 직접 그려 넣은 새들의 귀여운 일러스트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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