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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자연과학

「웃기려고 한 과학 아닙니다」 - 이창욱

by omicron2000 2026.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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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웃길 생각은 없었는데요

 이그노벨상이라는 상이 있다. 불명예스럽다는 뜻의 ignoble과 노벨상을 비틀어 합쳐 만든 상인데, 노벨상이 가장 위대한 과학적 성과에 주는 상이라면 이그노벨상은 얼마나 엉뚱하고 웃긴 연구를 했는지를 따진다. 설명으로 들으면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는데, 강력한 전자석으로 개구리를 공중에 띄운 물리학자,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분석해 대화를 시도한 언어학자,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눈을 감은 사람이 없기 위해 찍어야 하는 횟수를 계산한 수학자가 받았다고 하면 어떤 연구에 이 상을 주는지 대충 감이 올지도 모르겠다. 물론 노벨상에도 문학상과 평화상, 경제학상이 있듯 이그노벨상도 과학 분야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종말의 날을 계산했다가 빗나간 종교인이라거나, 곰에 맞설 수 있는 갑옷을 만든 발명가, 불법주차된 차량을 장갑차로 밀어버린 정치인도 받은 바 있고, 풍자적인 의미도 있어서 초인플레이션으로 큰 수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킨 공로로 짐바브웨 준비 은행 총재가 경제학상을, 수치를 조작해 탄소 배출량을 감축시킨(?) 공로로 폭스바겐이 화학상을 받은 사례도 있다. 당연하게도 <과학동아>의 기자인 저자는 이런 사례를 다루려고 이 책을 쓴 건 아니다.

 어쨌거나,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이그노벨상은 '골때리는' 연구에 주는 상이다. 아무나 생각하지 못하고, 생각하더라도 감히 예산을 들여 연구에 돌입하지 못할 만 한, 그런 연구 말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이그노벨상이 쓸데없는 연구에 주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수상한 당사자는 진지하게 연구했거나, 결과물이 그리 쓸모없지는 않은 경우도 많다. 일례로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 교수는 프링글스 감자칩을 바삭하게 씹는 소리가 맛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이그노벨상을 받았는데, 이는 제과업체라면 매출을 최대한으로 높이기 위해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 비뇨기의학과 박승민 박사는 카메라로 대변의 상태를 스캔해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스마트 변기를 만들었는데, 이는 얼핏 봐도 의학적인 가치가 상당하다.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나, 하나하나가 과학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중요한 연구인 셈이다.

 이렇듯 이그노벨상은 그 주제 자체만으로도 유머러스하고 흥미롭지만, 과학적인 가치도 노벨상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 오히려 주제가 특이해서 주류 학계의 관심을 덜 받는 연구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 개구리를 띄웠다고 언급한 안드레 가임 교수는 10년 뒤 흑연에서 그래핀을 분리해내 이그노벨상에 이어 노벨 물리학상도 수상한 바 있는데, 창의성과 과감함이 연구 성과의 비결일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노벨상보다 조금 전에 발표하는 이그노벨상 시상에도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이 어떨까? 그중 누군가가 노벨상을 받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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