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외로워하지 마! 네 슬픔이 터져 빛이 될 거야!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는 문학에도 상당히 조예가 있어 시를 쓰곤 했다. 글을 업으로 삼는 문인은 아니었지만, 혁명가로서의 감성을 살려 정열적이고 인상적인 글이 많다. 이 책은 체 게바라 서거 40주년을 맞아 이산하 시인이 관련 동호회나 사이트를 조사해 엮어낸 시집으로, 게바라 본인이 시집을 출판하지는 않았기에 그의 각종 기록에 담겨 있던 글을 모아서 펴냈다. 개중에는 시보다는 그냥 일기의 한 페이지나 편지 한 통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것들도 있는데, 덕분에 실제로 어제 일어난 일을 읽는 듯 현장감이 강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아마) 시간 순서대로 정렬되어 있어 그의 행적을 따라가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문학이라면 그 사조는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프롤레타리아 문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계급투쟁과 혁명을 직접적으로 다룬 내용이 전부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덕분에 이데올로기성, 내지는 선전성이 강해 이것을 과연 문학이라고 불러도 되는가 의문인 것도 종종 있으나, 중간중간에 나타나는 감성적인 문구는 충분한 예술성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사상적인 측면에서는 완전히 이상적인 공산주의자의 시라고 할 수 있다. 정치나 경제 등 현실적인 측면을 생각하기보다는 민중과 인간성에 대한 이상적인 측면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며, 혹여 자신이나 동지들이 권력을 잡고 타락할 것을 경계하는 글도 있다. 그가 정권을 잡는다면 독재로 이어지지 않는 공산주의 정권이 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사실 그는 정치적인 쪽으로 유능하다고 하기는 어려웠기에 그 정권이 과연 이상적이었을지는 또 모르는 일이다. 몇몇 시에서는 그의 충동성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현시대에 비춰지는 게바라는 공산주의의 부정적인 면모를 비추기에는 너무 일찍 죽는 바람에 쿨하고 낭만적인 혁명가의 이미지만 남은, 공산주의의 긍정적인 면모가 의인화된 존재이다. 이 책에 수록된 글 또한 마찬가지로 가장 이상적인 공산주의와 투쟁의 낭만만을 담아 그 자신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겠다.
체 게바라에 대한 평가는 뒤로하고, 책으로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팬심'으로 엮은 책이라 학술적인 분석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간 순서대로 수록되었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분위기로 추측한 것일 뿐이고, 각각의 글 사이에 몇 년의 텀이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일기의 날짜를 알기는 어려워도 몇 년도에 누구에게 보낸 편지인지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은가. 그저 글만 나열해서는 그를 작가로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이라는 낭만적인 이미지만 소비하는 것에 불과하다. 심지어 표지에 적힌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엔 항상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는 체 게바라의 어록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은 출처불명의 문구다. 물론 지금만큼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2007년에 나온 책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맞지만, 그를 정말 시인으로 대우한다면 시로써 분석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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