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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자연과학

「실험실의 진화」- 홍성욱, 박한나

by omicron2000 2021.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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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발전하는 터전, 실험실은 어떤 과정을 거치며 진화했는가

 
실험실의 진화: 연금술에서 시민과학까지
*그림이 잘 보일 수 있게 책등에 끈을 노출했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실험실에서 태어난 것들로 점철되어 있다. 코로나19와 부족하나마 싸울 수 있게 해주는 진단키트와 마스크 필터, GPS, 날마다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합성섬유와 유전자변형 식품, 휴대폰, 더 나은 삶을 약속하는 항생제와 각종 치료제, 줄기세포, 스마트카, 인공장기까지. 우리 주변에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의 고향은 실험실이다. 과학기술 연구의 8할은 실험이고 실험의 8할은 실험실에서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실험실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른다. 과학적 지식이 알려질 때 그 장소성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실험실의 진화』는 과학지식이 태어나는 장소 ‘실험실’에 대한 역사적, 철학적, 사회학적 해석을 시도하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생생하고 사실적인 그림과 함께 연금술사의 부엌에서 최근 시민과학의 리빙랩까지 두루 돌아보며, 그동안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던 과학지식을 그 무대와 배경에서 맥락적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총 5부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1부에서는 연금술사의 부엌에서 찾을 수 있는 실험실의 기원, 자연을 측정 및 통제 가능한 형태로 변형하고 길들이는 실험실의 본질적인 속성에 대해 알아본다. 2부에서는 ‘수학’과 ‘실험’을 통해 일어난 근대 과학혁명에서 실험실이 차지하는 위상과 실험실에 들어온 '통제된 자연'이 품고 있는 철학적, 인류학적, 정치학적 의미를 살펴본다. 3부에서는 17세기 후반부터 19세기까지 일어났던 변화를 살펴본다. 4부에서는 실험실과 관련된 다양한 존재들, 인간과 비인간을 살펴보고 마지막 5부에서는 다양한 실험실의 모습을 살펴본다.
저자
홍성욱
출판
김영사
출판일
2020.11.19

 16~17세기부터 시작한 과학 혁명은 사회 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켰고, 현재 과학은 인류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개념 중 하나이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전 인류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활동 영역은 우주까지 넓어졌으며,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학 발전의 일등공신이라면 단연 과학자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험실의 공로도 만만치 않다. 최초의 과학자들이 연구를 할 때에는 실험실 밖에서 연구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험의 중요성을 역설한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실험이란 자연의 본성을 알아보기 위해 자연을 인위적으로 비트는 것이라고 했는데, 자연을 '비틀기' 위해서는 적절한 장비가 필요했고, 따라서 실험 장비가 있는 실험실이 그만큼 중요했던 것이다. 이 책은 실험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현대에 이르렀는지를 말한다.

 최초의 실험실은 연금술사들의 부엌에서 시작한다. 연금술사가 곧 과학자는 아니었지만, 넓게 본다면 과학자의 조상격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후의 과학자들이 연금술사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화로를 이용해 다양한 실험을 했다. 연금술이 점차 잊혀지고 과학이 떠오르던 시기에도 실험실은 크게 변하지 않아 과학자의 집에 붙어 있는 밀폐된 공간이라는 점만은 그대로였다. 특히나 유명한 뉴턴의 경우에는 과학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연금술에도 심취한 사람이었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실험실은 연금술사의 부엌처럼 비밀스러운 장소였던 것으로 보인다. 뉴턴의 연구실이 정확히 어디 있었는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과학자들이 실험실을 숨기고만 있던 것은 아니다. 로버트 보일의 경우에는 정반대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그는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로서 자신의 실험을 사람들이 믿기를 원했고, 그 해결책으로 '신사'들에게 실험을 직접 보여주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점잖은 신사들이 실험을 직접 확인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업적을 믿게 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실패한 실험에 대해 시시콜콜한 것까지 전부 기록하며 자신의 발언에 대해 신빙성을 높였다. 이 방법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는 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작 이 신사들 없이도 과학실험은 유효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실험실은 다시금 변화한다.

 다음 단계의 실험실은 다시 비밀스럽게 돌아갔다. 그러나 연금술사들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우선 기존의 실험실이 과학자의 집 근처에 있었던 것과는 달리 커다란 연구소나 대학 등에서 실험실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서 일반인들을 실험실의 위험 물질로부터 격리하고, 반대로 과학자들끼리는 다른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도 만나 교류하는 것을 장려했다. 이는 대단히 효과적이라 분야간의 협력을 이끌어내거나 문제에 새로운 해결법을 제공하는 등 과학의 발전을 크게 촉진시켰으며, 현대의 많은 대학이 선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다만 일반인들이 직접 과학자를 볼 기회가 줄어 아인슈타인도 흰 가운을 입고, 미친 과학자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있다는 등 왜곡된 이미지가 부작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현재는 많은 과학자들이 일반인과 함께하는 시민과학에 힘쓰고 있기에 앞으로 실험실의 변화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실험실의 진화」는 이렇게 수백 년에 걸친 실험실의 역사를 간략히 훑어본다. 뉴턴과 갈릴레오, 파스퇴르, 보일 등 유명 과학자들의 기록을 통해 당대의 실험실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것부터 시작하여 유명 건축가들이 지은 현대의 거대한 실험실까지 그 구조를 상세히 다룬다. 삽화도 있어 실험실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 구조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법하게 해 놓았다. 내용상의 특징이라면 실험실 자체의 역사 말고도 실험실에 관련된 대상을 다룬다는 점이 있는데, 실험에 사용되는 모델 생물이 그 예시이다. 실험동물을 포함한 모든 실험용 생명체를 뜻하는 모델 생물은 그야말로 실험실과 그 역사를 함께했다. 잘 알려진 파블로프의 개, 파스퇴르가 백신 효능을 검증하는 데 쓴 가축들, 보일이 진공 속에서 죽인 새 등 수많은 동물이 인류의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희생되었다. 박테리오파지나 예쁜꼬마선충도 널리 쓰이는 모델 생물이다. 이런 모델 생물들은 과학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큰 기여를 했는데, 실험실 안에 있는 모든 것이 과학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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