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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자연과학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이정모

by omicron2000 2020.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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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눈으로 세상의 일들을 바라보는 방법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생화학자이자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인 이정모가 쓴 62편의 생활밀착형 과학 에세이.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소개함으로써 과학과 친해지면 삶이 조금은 편해지고 여유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를 테면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일으키는 훼방꾼이 아니라 산소를 공급해주는 귀한 존재라는 과학적 사실을 통해 문제 많은 조직에 왜 바른말을 하는 직원이 꼭 필요한지를 지적하고, 작은 꽃들이 큰 꽃보다 먼저 피는 전략으로부터는 빽도 없고 힘도 없는 자들의 연대를, 자신의 것을 버리면서 빛을 발하는 원자와 태양을 통해서는 낮아지는 것의 어려움을 논한다. 먼저 1부 ‘삶의 균형’에서는 장내 세균, 광합성, 늦잠, 중력파, 방귀, 꽃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것들을 통해 과학 지식이 어떻게 삶의 균형과 맞닿아 있는지를 알려준다. 2부 ‘이보다 더 염치없을 수는 없다’에서는 태극기 집회, 사이비 종교, 도널드 트럼프, 메르스 사태, 존엄사 등의 사회 이슈를 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왜 지금 우리가 과학적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설명해준다. 3부 ‘과학자들이 뭘 안다고 그래’에서는 유사과학, 전자레인지, 독감, 가짜 뉴스, 슈퍼문, 4대강 사업 등을 통해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아주고 4부 ‘같이 좀 삽시다’에서는 깍두기, 모기, 동물원, 매미, 공룡, 비주류 과학자 등을 통해 공존의 이유와 방법을 모색한다. 5부 ‘조금 더 나은 미래’에서는 우주 이민, 지구온난화, 대멸종, 인공지능 등 최신 과학 이슈를 통해 인류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던진다.
저자
이정모
출판
바틀비
출판일
2018.01.05

 이 책의 저자인 이정모 관장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서울시립과학관을 거쳐 현재는 과천과학관의 관장으로 재직 중이며, 특유의 외모에서 '털보 관장'이라는 별명이 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재직 당시에는 공룡 관련 연구를 했고, 현재는 활발한 강연과 저술 활동, TV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대중과학에 앞서며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자리에 오른 과학자이기도 하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은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과학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는 책이다. 하지만 우선 제목을 보자. 이렇게 대단하신 분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라니, 대체 과학이 얼마나 어려우면 이런 말을 하며, 과학이 어려운 사람이 어째서 그렇게나 많은 책을 쓰며 과학을 알리는가? 정말로 이상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의 철학을 알아야 한다.

 우선 이정모 관장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요약하자면 과학이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따위의 것이 아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들으며 받아들일 때의 전반적인 태도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보자. 과학자들이 실험을 할 때에는 한두 번의 실험 결과만으로 결론을 내지 않고 여러 번의 실험을 반복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 또한 무조건적으로 믿지 않고, 다른 과학자들이 검증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친 뒤에야 학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를 동료평가라고 하는데, 이것이 과학자들이 과학을 하는 방법이다. 간단히 말하면 무엇이 되었든 비판적 사고와 정밀한 검증, 논리적 추론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꼭 실험이나 과학 연구가 아니더라도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모두 과학에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사실 위와 같은 과정은 꼭 과학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여러 번의 검증을 거치며 동료 평가가 이루어져야 학문적 성과가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연구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과학을 하라는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여기서 '과학한다는 것'은 항상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말한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는 과학을 주제로 한 책이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저자의 경험, 특히 시사 관련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데, 숙련된 과학자인 저자가 직접 '일상생활의 과학'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뉴스를 보더라도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논리적 추론을 거치는 것이 좋은 예시이다. 물론 평소 일상생활을 하며 매사를 비판적으로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과학적으로 산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고, 그래서 저자가 과학이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고등학생 때 서울시립과학관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실험을 보여주는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었고, 당시 관장으로 있던 저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당시에도 그는 과학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학교에서, 과학책에서, 강연에서 학생들의 흥미를 위해 과학이 쉽고 재미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그 안에서만 쉬워 보일 뿐이다. 진정으로 연구자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과학만큼 어려운 것도 없을 뿐더러 거기에 더해 일상생활에서까지 과학을 실천한다고 하면 누구에게라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교육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교육자들은 과학을 단순히 쉽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과학을 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이정모 관장이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활동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 이유에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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