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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자연과학

「코스믹코믹」- 아메데오 발비, 로사노 파치오니

by omicron2000 2020.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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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탄생의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과학자들의 여정과 인생

 
코스믹코믹(푸른지식 그래픽로직 1)
『코스믹코믹 : 빅뱅을 발견한 사람들』은 20세기 우주과학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 속 과학자들이 빅뱅이론을 완성하는 과정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두 천문학자가 우연히 초단파를 발견하고 그 소리가 지구가 아닌 저 멀리 우주에서 오는 소리였으며 빅뱅이론의 결정적인 증거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과정을 한 편의 미스터리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이탈리아 젊은 천체물리학자 아메데오 발비와 아트 디렉터 로사노 피치오니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당시 배경과 인물을 생생하게 살리기 위해 논문이나 과학자들의 자서전은 물론 당시 인터뷰와 사진자료까지 모두 참고하였다. 두 천문학자가 처음 초단파를 발견하고 원인을 찾지 못해 근처의 비둘기를 의심하는 이야기, 아인슈타인이 잘못된 견해를 주장하며 잘난척하는 장면 등 우주과학에 관심 있는 이들이면 들어봤을 만한 일화들을 만화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
아메데오 발비
출판
푸른지식
출판일
2014.09.01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우주(cosmos)를 다룬 과학책이며, 또한 과학책으로서는 특이하게도 만화책(comic)이다. 물론 아동을 위해 만들어진 교육용 과학만화는 많이 출판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상당수가 우주를 다루기는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면에서도 특별하다. 왜냐하면 과학적 사실이나 이론보다는 과학사를 중점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믹코믹의 주된 내용은 우주의 기원을 다루는 빅뱅 이론과 그 증거인 우주 배경 복사의 발견이다. 특히 과학자들이 연구를 시작한 계기를 약간의 과학적 설명을 곁들여 중요하게 다룬다. 예를 들면 우주 배경 복사는 전파망원경의 잡음을 해결하려다, 정상 상태 우주론은 공포영화를 본 소감을 이야기하다 떠올렸다는 식이다. 두께도 얇고 내용도 그리 많지는 않지만 코스믹코믹에는 그만의 추천할 만한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로, 사건 중심이 아닌 인물 중심의 과학사를 다룬다. 언제 어떤 이론이 나왔는지를 단순히 나열하기보다는 이 이론이 완성되는 데에 몇 명의 과학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기여했는지를 서술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빅뱅 이론은 가모브가 만든 이론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과학자들이 함께해 완성해낸 이론이다. 그 중에는 우주에 대한 수학적 구조를 밝힌 프리드먼,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을 보인 에드윈 허블, 나아가 멀리 있는 별의 거리를 측정하는 법을 알아낸 헨리에타 레빗 등 빅뱅 이론과 직접적으로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이들도 있었다. 우주 배경 복사의 발견 과정도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이 새를 쫓기 위해 총까지 쏜 일 등 시시콜콜한 일화까지 다룬다. 이러한 인물 중심의 서술은 이론의 발전 과정을 유기적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읽는 도중 흥미를 잃지 않게 해 준다.

 이 책의 두 번째 장점은 역사적으로 크게 조명받지 못한 사람들도 소개한다는 점이다. 아인슈타인이나 허블처럼 누구나 알 법한 과학자도 있고, 가모브나 프리드만처럼 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들어보았을 사람도 등장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는 이 책의 등장인물 중 상당수가 처음 듣는 이름일 것이다. 청소부에서 허블의 조수가 된 밀턴 휴메이슨, 빅뱅을 성경에 넣고자 한 조지 르메트르, SF 소설가로도 잘 알려진 프레드 호일 등 과학의 발전에 분명히 큰 영향을 끼쳤으나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자들도 많이 존재하는데, 이들을 코스믹코믹에서는 비중있게 다룬다. 이는 과학을 바라볼 때 더 넓은 시야를 가지게 해 주며, 과학의 발전 과정에서 잊힌 과학자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마지막으로 과학자들의 인간적인 면을 조명한다는 것이 있다. 이는 코스믹코믹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등장하는 과학자들의 언행이나 농담 등에서 이런 측면을 잘 드러낸다. 르메트르의 우주 팽창 가설을 듣고 독설을 하나 수 년 뒤 이를 후회하는 아인슈타인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결코 틀리는 일이 없는 천재 과학자라 알려진 아인슈타인도 잘못 생각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과 아인슈타인이 젊은 과학자를 위축시키지 않았나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멀게 느껴지는 천재 과학자의 이미지를 따뜻한 인간으로 끌어오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자신의 이론보다 빅뱅 이론이 정확하다는 것을 깨달은 프레드 호일, 만우절 농담을 하거나 논문 저자 이름으로 장난을 치는 가모브의 모습 등이 나온다.

 「코스믹코믹은 과학적, 역사적 고증이 뛰어난 책이기도 한데, 실제 과학자들의 기록이나 인터뷰 등 공식 자료를 토대로 하였고, 심지어는 배경까지 실제 장소를 찾아가서 그렸다고 할 정도이다. 이 점은 위의 세 특징과 더해져서 교양과학서로서 가치를 높인다. 빅뱅 이론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제공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과학사에 대한 관점 등 과학을 앎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를 두루 가지고 있으며, 단순히 읽기 쉽고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읽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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