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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자연과학

「슈뢰딩거의 고양이」- 에른스트 페터 피셔

by omicron2000 2020.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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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들과 그들의 이름이 남긴 것

 
슈뢰딩거의 고양이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세계를 바꾼 과학적 인식을 소개하는 책이다. 유럽 최고의 과학사가로 꼽히는 에른스트 페터 피셔가 자연과학적 이론과 인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알기 쉽게 들려준다. 저자는 자연과학을 보다 재미있게 설명하기 위해 '인물'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각 분야의 이론과 지식, 연구방법을 인물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 책은 세기의 과학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선택했던 이미지와 비유들을 보여준다. 특히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지식인답게 저자는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양쪽에서 재능을 보인 학자들을 자주 등장시킨다. 그리고 철학이나 논리학의 명제들이 과학적 사실과 충돌할 때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먼저 과학에서 근본적인 혁신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설명한 후에, 과학의 발전을 이루어낸 인물들을 소개한다. 특정한 과학자의 이름이 새로운 인식이나 법칙과 결합된 31가지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어떤 명제와 그것을 최초로 제기한 인물을 직접 연결시켜, 수수께끼 같은 과학의 개념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
출판
들녘
출판일
2009.01.12

물리학에, 아니 과학 자체에 관심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이름만큼은 들어 본 경우가 많을 것이다. 살아 있는 동시에 죽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 문학에서 많이 인용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단순히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를 가진 고양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과학적 개념이 일반인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과학계 전반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에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면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이름만이 유명한 탓에 정작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과학적 개념의 이해를 억지로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기왕 알고 있는 것 교양삼아서 제대로 알고 있는 편이 낫지 않은가.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슈뢰딩거의 고양이 외에도 튜링 기계나 멘델의 법칙처럼 이름만큼은 누구나 들어보았을법한 과학적 개념을 학생이나 비전공자라고 해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준다.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넓은 분야를 다룬다는 것이다. 과학과 무관한 분야에서도 종종 쓰이는 '오컴의 면도날'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이는 본래 한 수도사에 의해 고안된 개념으로, 가능하다면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오컴의 면도날은 과학자가 만든 것도 아니고, 과학 법칙조차 아닌, 단순한 행동 지침에 불과하다. 하지만 「슈뢰딩거의 고양이」에서는 다른 과학자들의 법칙과 나란히 소개되는데, 이는 과학법칙뿐만 아니라 연구 방법론을 포함, 과학철학적 고찰 또한 과학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과학을 연구하는 테크닉의 일종인 브레너의 빗자루도, 과학자들에게 수여하는 노벨상도 과학철학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존재하기에 이 책에서는 과학의 일부로 소개한다. 물리학, 화학 등 일반적으로 알려진 자연과학분야가 좁은 의미에서 과학으로 받아들여지기는 하지만, 이 책은 과학에 대한 시야를 그보다 더욱 넓혀주는 셈이다. 이것이 다른 교양과학서와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이다.

 이렇게 방대한 분야를 다룬다는 점은 분명히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장점이지만, 그에 따른 단점도 존재한다. 책이 두꺼운 편이 아님에도 물리학, 생물학, 사회과학 등 수많은 분야의 키워드를 소개하기 때문에 각 부분이 차지하는 내용이 그렇게 길지 못하다는 것이다. 하나의 키워드에 대해서 설명할 공간이 많아야 십수 페이지밖에 되지 않기에 그렇게까지 전문적인 내용이 들어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자신이 공부하는 분야의 키워드는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며, 자신의 분야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상당수는 들어보았을 법한 수준이다. (물리학을 공부한다고 하더라도 파블로프의 개가 무엇인지 정도는 아는 것처럼 말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과학적 지식을 쌓기보다는 과학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책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으며, 과학을 연구하는 데에 필수적인 유연한 사고를 함양하는 과정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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