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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자연과학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1」- 유발 하라리

by omicron2000 2021.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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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 1: 인류의 탄생
2015년 11월 출간 이후 하라리 열풍을 일으킨 《사피엔스》가 ‘그래픽 히스토리’로 돌아왔다. 2020년부터 1년마다 순차적으로 출간되는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 시리즈는 교양 논픽션인 원작의 핵심이 기발한 각색과 세련된 그림을 통해 흡인력 강한 스토리텔링으로 재탄생한 그래픽노블의 걸작이다. 그중 첫 권은 원작의 ‘1부 인지혁명’을 다룬다. 이 책은 인류 진화의 여정이 리얼리티 TV쇼로 생중계되고, ‘픽션’ 박사가 문명의 토대가 된 ‘허구’의 가공할 힘을 설명한다. 역사학, 생물학, 인류학 등의 학문적 내용을 짜임새 있게 시각화해 전문지식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 역사적 인물과 사건, 다양한 예술작품이 곳곳에 위트 있게 등장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역사학자 유발과 조카 조이가 만나면서 시작한 이야기가 사피엔스를 피고로 세운 법정의 충격적인 장면에서 끝날 때까지, 새롭고 생생한 스토리텔링으로 인류 문명사의 핵심을 정리한다.
저자
유발 하라리, 다비드 반데르묄렝
출판
김영사
출판일
2020.11.23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교수의 명저 「사피엔스」가 만화로 돌아왔다. 원작과 비교해 두드러지는 특징이라면 이해를 돕기 위해 내용에 흥미로운 각색이 많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유발 하라리 교수가 자신의 조카 조이에게 인류 진화를 설명하기 위하여 다양한 분야의 동료 연구자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TV에서는 인류의 진화를 다룬 프로그램이 방송하는 식이다. 특히나 인류학과 역사에 무지한 어린아이 조이는 마찬가지로 인류학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독자를 훌륭하게 대변하는 캐릭터로,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부분을 잘 짚어준다. 이렇듯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1」은 「사피엔스」가 너무 두껍거나 어려워서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현생 인류가 모두 '호모 사피엔스'이며, 과거에는 다른 인류도 존재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모든 생물의 학명은 속명과 종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인간의 경우 호모 속의 사피엔스 종이다. '다른 인류'라는 것은 인간과 같은 호모 속에 포함되지만 종이 다른 인류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최초로 불을 쓴 호모 에렉투스, 유럽 일부 지역에 살던 네안데르탈인,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데니소바인, 난쟁이 플로렌스인 등이 있다. 수십만 년도 전의 먼 과거에는 이렇게나 많은 종의 인류가 존재했지만 현재는 호모 사피엔스만이 남아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진화론적으로 따지면 호모 사피엔스가 더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일 테지만,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쉽지 않다. 우선 여러 인류 중에 가장 많이 연구된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를 비교해 보자.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에게 밀려나 현재는 멸종했지만, 화석을 보면 여러 면에서 호모 사피엔스보다 우월했다. 더 체격이 크고, 힘도 세고, 뇌용적도 컸다. 물론 뇌가 크다고 지능도 무조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크게 뒤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네안데르탈인은 왜 호모 사피엔스와의 생존 경쟁에서 밀려났는가? 저자는 무리의 규모와 협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모종의 이유로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과 사물을 인지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겼고, 이는 네안데르탈인보다 큰 규모의 협력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지 혁명'이다. 사고의 구조가 혁신적으로 변한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는 누구보다 정확하고 유연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점차 세력을 넓혀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저자는 인지 혁명으로 호모 사피엔스가 얻은 진정한 힘은 바로 허구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허구란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여기는 것을 의미한다. 종교와 국가는 물론, 기업과 사상 등이 여기에 속한다. 사람의 인지 능력이 아무리 발달해도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은 150명 정도가 한계지만, 허구의 힘을 이용하면 그 숫자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한 기업에서 수천 명이 소속감을 가지고, 한 국가에 사는 수억 명의 사람들이 애국심을 가지듯, 먼 옛날 호모 사피엔스 수백 명이 같은 토템을 섬기면서 대규모의 집단을 이룬 것이다. 이 허구의 힘이 생기고서야 비로소 호모 사피엔스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이전까지 육식동물이 먹다 남긴 것만 먹으며 먹이 사슬의 하위권에 머무르던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 전역에 퍼지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 등이 멸종했다. 그들의 유전자는 일부 호모 사피엔스와 섞여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일 뿐 더이상 지구상에는 호모 사피엔스의 친척은 남아있지 않다.

 심지어 호모 사피엔스의 확장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 등 인류만 멸종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매머드를 포함, 수많은 대형 생물도 멸종했다. 그것도 절묘하게 호모 사피엔스가 도착하자마자 말이다. 책 후반부에서 호모 사피엔스는 수많은 생물종을 절멸시켰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게 된다. 변호사는 그들의 멸종이 단지 기후 변화 때문이라고 주장했으나, 조사가 진행될수록 호모 사피엔스의 책임이 크다는 점은 명확해져만 간다. 요약하자면 대형 생물의 번식 주기가 길었기에 인류가 몇 개체만 사냥해도 종족 보전에 치명적이었을 것이며, 기후의 영향도 있었지만 모든 생물이 멸종한 시기가 같지 않다는 점에서 기후가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호모 사피엔스에게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 인류가 과거에 잔혹한 대학살을 벌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기소한 검사도, 재판하는 판사도, 변호사도, 그리고 배심원들도 모두 호모 사피엔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판사는 이 판단을 미래의 인류에게 맡기며 결말을 맞는다.

 이 결말이 시사하는 바는 간단하다. 인류가 과거에 저지른 과오를 이렇게 깨달은 시점에서 더 이상 반복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도 남획과 환경 파괴로 수많은 생물종이 멸종의 길을 걷고 있다. 과거의 인류는 아무것도 모르고 생존을 위해 사냥했지만, 지금의 인류는 멸종을 막을 능력이 있음에도 돈과 욕망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 이미 여러 종이 사라져갔고, 후손들이 그 생물을 보지 못하는 것은 현재를 사는 인류의 책임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를 심판할 자격이 없으며, 후대의 인류가 우리를 심판할 자격을 얻는 것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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