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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판타지

「디스크월드」- 테리 프래쳇

by omicron2000 2021.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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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기상천외한 판타지

 
마법의 색 (디스크월드1)
-
저자
테리 프래쳇
출판
시공사
출판일
2004.12.13

 이 소설의 배경인 '디스크월드'는 판타지 세계답게 우리가 사는 세계와는 차이가 많은 세계다. 일단 둥글게 생긴 지구와는 달리 평평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일 것이다. 거기에다가 이 원반 모양 땅을 코끼리들이 떠받들고 있으며, 코끼리들은 거북의 등 위에 서 있다는, 마치 고대 인도의 우주관을 닮은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그 위는 반구로 덮여 있고, 반구 위에는 태양이 매달린 채로 돌아 낮과 밤을 만든다. 해가 원반 위에 있을 때는 낮, 그렇지 않을 때는 밤인 것이다. 이렇듯 「디스크월드」는 그 세계관부터가 평범하지 않은데, 그 내용을 보면 더욱 특이하다. 그 원인은 기본적으로 「디스크월드」가 다른 판타지의 패러디에 기반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판타지 소설이나 게임에 익숙하다면 「디스크월드」의 많은 것들이 다른 작품을 패러디해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두 주인공 중 하나인 두송이꽃이 가지고 다니는 짐가방은 게임 던전 앤 드래곤에서 따왔고, 영웅 흐룬은 「코난 바바리안」의 코난을 닮았다. 사실 판타지 작품만 패러디한 것도 아니라서 두송이꽃은 사진찍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돈을 펑펑 써대는 관광객을 연상시키며, 보험이란 자신이 다치는 것에 돈을 걸고 하는 내기라는 등 현실에 대한 풍자도 적잖이 들어가 있다. 거기에 더해 주인공 린스윈드는 마법을 쓰지 못하는 마법사에, 디스크월드의 사람들은 숫자 8을 읽는 것조차 금기일 정도로 8에 비정상적인 거부감을 가지는 등 특이한 설정이 많다. 이는 범람하던 기존 판타지의 클리셰를 깨뜨림으로써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것이며, SF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시리즈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세상의 온갖 것들을 각각 SF와 판타지의 시각에서 그저 풍자하고 희화화하는 것이다.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고, 흔해빠진 판타지에 질렸다면 「디스크월드」는 제법 읽을 만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일단 그 의외성만으로도 어느 정도 웃음이 보장된다. 다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시리즈가 그렇듯 대체로 영미권 문화에 익숙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막상 읽으면 그렇게까지 재미있는 책은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다. 수십 권에 달하는 「디스크월드」 시리즈가 국내에는 이 두 권밖에 번역되지 않았다는 점 또한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라 짐작된다. 어쨌거나 이를 다르게 말하면 독자의 취향을 심하게 탄다는 것이므로 히치하이커 시리즈를 재밌게 읽었거나 테리 프래쳇의 다른 작품(이라고 해 봤자 국내 번역된 것은 몇 권 되지 않는다.)을 읽은 적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이는 특정 문화권의 패러디에 기반한 작품이라면 어쩔 수 없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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