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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판타지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by omicron2000 2021.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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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의 끝에 있는 것은 보물이 아닌 나 자신이다.

 
연금술사
1987년 출간이후 전세계 120여 개국에서 변역되어 2,000만 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청년 산티아고가 만물에 깃들인 영혼의 언어들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언하고, 진정 자기 자신의 꿈과 대면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축복하는 희망과 환희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신부가 되기 위해 라틴어, 스페인어, 신학을 공부한 산티아고는 어느 날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떠돌아다니기 위해 양치기가 되어 길을 떠난다. 그의 인생을 살맛나게 해주는 건 ‘꿈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것’.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늙은 왕의 말과 그가 건네준 두 개의 보석을 표지로 삼아 기약없는 여정에 뛰어든 그는 집시여인, 늙은 왕, 도둑, 화학자, 낙타몰이꾼, 아름다운 연인 파티마, 절대적인 사막의 침묵과 죽음의 위협 그리고 마침내 연금술사를 만나 자신의 보물을 찾게 되는데…….
저자
파울로 코엘료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8.12.05

 파울로 코엘료는 젊은 시절 스페인에서 성지 순례를 한 적이 있고, 연금술에 심취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조사를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연금술사」는 이 두 가지 경험이 합쳐져서 탄생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연금술이란 흔한 금속을 금으로 만드는 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금술사들은 그 외에도 수많은 연구를 하였다. 한 물질을 다른 물질로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 만병통치약이나 불로장생약을 연구한 적도 있고, 알코올을 증류해 내는 등 화학의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금술사」에서 저자는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연금술의 본질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자아에 관련된, 정신적인 내용이라는 것이다.

 작품의 초반부 배경도 스페인이고, 저자가 순례 경험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이름이 산티아고라는 점에서 그의 여정이 순례길을 상징한다는 점은 명백하다. (헤르만 헤세의 「동방순례」도 순례에 따른 정신적 성장과 변화를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의도인지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해리 포터」로 유명한 연금술사 니콜라 플라멜도 순례 도중 현자를 만나 철학자의 돌을 받고 연금술사가 되었다 전해지는데, 이 과정은 「연금술사」의 산티아고와 배경만 다를 뿐 상당 부분 비슷하다. 니콜라 플라멜과 산티아고의 이야기를 비교해 보면 둘 모두 순례 과정에서 현자를 만난 것까지는 동일하지만 그 뒤에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산티아고는 철학자의 돌로 만든 금은 받았을지언정 돌 자체를 직접 받은 적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연금술에 대한 파울로 코엘료의 독자적인 해석에 의한 차이라고 보아야 한다.

 흔히 '현자의 돌'로 알려진 철학자의 돌은 어떤 물질이든 금으로 만들 수 있는, 연금술의 최종 단계이자 꿈의 물질이다. 하지만 단순히 금을 만들어 부자가 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연금술사들이 철학자의 돌을 만들고자 했던 이유는 녹슬지 않고 변화하지 않는 금을 금속의 이상적인 형태로 여겼기 때문이다. 즉, 철학자의 돌은 무엇이든 '완벽한 상태'로 만드는 이상적 물질을 뜻하며, 연금술사들이 추구하던 것은 부가 아니라 자연의 진리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은 물질의 연금술이 아닌 자아의 연금술이라고 하였다. 물질의 연금술의 종착점이 완벽한 물질이라면 자아의 연금술의 종착점은 완벽한 자아이고, 「연금술사」에서는 이것이 곧 진리인 셈이다. 산티아고가 피라미드에서 기껏 발견한 보물을 모두 잃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로, 진정한 보물은 황금이 아닌 정신적인 성장이었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산티아고의 여정은 결국 니콜라 플라멜의 일화와 다르지 않다. 플라멜이 철학자의 돌을 받았듯 산티아고는 연금술사에게 자아의 연금술을 배웠고, 정신적으로 완성된 '연금술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연금술사」의 유명한 구절로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말이 있다.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반드시 가혹한 시련으로 끝을 맺는다.' 이 말대로 산티아고는 순조로운 듯 여정을 시작했지만 마지막에는 큰 위기를 겪는다. 그리고 보물을 모두 빼앗겼음에도 체념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데, 이렇게 모든 시련을 극복해낸 그는 비로소 완전한 자아를 지닌 연금술사로 각성하게 된다. 이 구절은 진리는 누구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처음 순례에 들어선 자들에게는 행운을 주나,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그 진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아의 연금술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산티아고는 보물을 꿈꾸고 여정을 떠났지만, 완전한 자아가 진정한 보물이자 진리라는 것을 알기에 이를 놓아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자신이 목표하던 것을 버려야만 진정한 목적을 이룰 수 있다면 기꺼이 그 보물을 포기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세상에 현자가 드문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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