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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판타지

「엘더 스크롤: 나락의 도시」- 그렉 키이즈

by omicron2000 2022.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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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다니는 죽음의 도시와 연금술사와 황태자

 

엘더 스크롤 나락의 도시

그렉 키이즈의 소설 『엘더 스크롤: 나락의 도시』. 실수투성이 소녀 연금술사 아나이그. 하늘을 나는 약을 마시고 도착한 곳은 거대한 공중도시 움브리엘이었다! 황폐한 그림자만을 남기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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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총 2부로 된 시리즈 중 1부로, 여기에서는 작품의 내용 외적인 부분을 다루고, 작품의 내용에 대해서는 2부 「엘더 스크롤: 영혼의 군주」에서 종합해서 다루도록 하겠다.

 엘더 스크롤 시리즈는 <엘더 스크롤 V: 스카이림>으로 특히 잘 알려진 게임 시리즈로, 처음 발매된 이후로 20년 넘게 게이머들에게 사랑받는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을 하나 꼽자면 게임 속 세계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가 없다는 점이 있다. 게임 속에는 여러 책이나 신화가 등장하지만, 이는 해당 책의 저자나 특정 민족에게만 전해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기록마다 의견에 차이가 있고, 플레이어는 그 중 어떤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특정 신에 대해 어떤 민족은 악신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민족은 선신으로 숭배하는데,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이 신이 실제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 도리가 없다. 작중에서 뱀 인간이라고 불리던 민족의 경우 후속작에서 비늘갑옷을 입었을 뿐 사실 평범한 인간 민족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사례도 있다. 이렇듯 엘더 스크롤 시리즈는 게임 내에서도 플레이어가 직접 본 것 말고는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실이 거의 없는데, 이처럼 소설이 나왔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작품의 존재 자체가 시리즈의 정체성과 상충되는 것은 <엘더 스크롤 IV: 오블리비언>과 <엘더 스크롤 V: 스카이림> 사이 시점이 200년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갖는 시간적 위화감을 최소화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소설이 출간된 시점이 <엘더 스크롤 V: 스카이림> 발매 직전이라는 점이 신빙성을 더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내용은 게임의 핵심적인 내용과는 큰 관련이 없다. 게임에서는 단편적인 대사를 통해 암시될 뿐, 소설의 등장인물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황제가 몇 번이고 바뀌었을 정도로 소설과 <엘더 스크롤 V: 스카이림> 사이 시간도 꽤나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 배경이 되는 지역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인데, 이렇게 게임 스토리와 관련이 적을 것이면 굳이 소설이 나와야 했나 싶기도 하다. 다만 엘더 스크롤 시리즈에는 설정상으로만 거창하게 나오다가 몇 편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나오는 요소가 꽤나 많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소설의 내용도 언젠가 게임에서 중요하게 나올 가능성은 존재한다. 한 편마다 한 지역을 다루는 특성 상 적어도 엘더 스크롤 7편은 가서야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메인 스토리와 관련이 적다고 해서 엘더 스크롤 시리즈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원래 시리즈 자체가 독특한 설정으로 진입장벽이 꽤나 높은 편인데, 이 소설에는 <엘더 스크롤 III: 모로윈드>, <엘더 스크롤 IV: 오블리비언>, <엘더 스크롤 V: 스카이림>에서 나오는 내용이 모두 언급되기 때문에 책 자체의 진입장벽은 굉장히 높다. 그야말로 엘더 스크롤 플레이어를 위한 소설인 셈이다.

 번역 부분은 아쉽게 느껴졌는데, 그 반쯤은 시리즈 자체의 문제에 가깝다. 엘더 스크롤 시리즈는 한 번도 공식적으로 한글화된 적이 없어 유저들 사이에서 저마다 용어를 부르는 이름이 차이가 났고(보에디아-보에시아 등),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기에 고유명사 번역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다만 억지로 한자어로 번역한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유저들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름과 비교했을 때 드래곤파이어는 용화로, 디바인은 성신으로 번역되었는데, 여기까지는 직관적으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속삭임의 대학(College of Whispers)을 밀당대학(밀담에서 오타가 난 것으로 추정)으로 번역한 것은 별개의 기관인 아케인 유니버시티(Arcane University)와 혼동의 여지를 제공한다. 지루외변과 초위부조리법은 무엇을 번역한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수준이다. 일어판을 중역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추측도 있으나, 번역가가 일본어 전문이 아니기에 그냥 영문판의 오역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한 술 더 떠 주인공인 아트레부스 황태자는 원문에서 Attrebus라고 언급되어 있음에도 아트레'비'스라는 오역을,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저질렀다. 차라리 모든 단어를 들리는 대로 번역했으면 문제가 적었을 것인데, 이는 번역가의 고집이 번역의 질을 대폭 낮춘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게이머들이라면 맥락을 통해 원래 의미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으리라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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