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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판타지

「신」- 베르나르 베르베르

by omicron2000 2021.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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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도달하는 마지막 경지는 신이 되는 것이다

 
신 1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준비에서 출간까지 9년에 걸쳐 완성한 장편소설『신』제2권. 〈개미〉, 〈뇌〉, 〈천사들의 제국〉, 〈파피용〉 등의 작품들을 통해 독특한 소재와 상상력을 선보였던 베르베르가 이번에는 인류의 운명을 놓고 신 후보생들이 벌이는 게임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었다. 저마다 개성 넘치는 신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 세상을 유머러스하게 풍자한다. 〈타나토노트〉에서는 영계 탐사단, 〈천사들의 제국〉에서는 수호천사로 활약했던 미카엘 팽송이 이번 소설에서는 신 후보생으로 등장한다. 신이 되기 위한 후보생으로 뽑힌 미카엘 팽송. 그를 비롯한 144명의 후보생들은 그리스 신화의 열두 신으로부터 신이 되기 위한 수업을 받는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몇몇 후보생이 의문의 공격으로 죽고, 미카엘 일행은 올림포스 산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한밤의 탐험을 계속하는데…. 소설은 신이 되기 위한 경쟁을 펼치는 미카엘 팽송의 이야기, 신 후보생들이 만든 18호 지구 속 인간들의 이야기, 미카엘이 천사 시절 돌보았던 세 인간이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세 개의 큰 줄기로 전개된다. 특히 미카엘이 돌보았던 세 인간 중 한 명은 은비라는 이름의 한국인으로 환생하는데, 미카엘은 천사가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인간으로 환생하기를 청한 그 소녀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인다. ☞ 작품 조금 더 살펴보기! 한국에서 출간된 1권과 2권은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신』3부작 가운데 제1부인 〈우리는 신〉에 해당된다. 베르베르는 기독교, 불교, 그리스 로마 신화, 유대교 카발라 신앙 등 다양한 종교와 신화를 하나로 모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작품 활동 초기부터 '삶과 죽음 너머'에 대해 탐구해온 베르베르식 우주의 완성을 엿볼 수 있다.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출판
열린책들
출판일
2008.11.20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에서 인간과 천사의 삶을 산 미카엘 팽송은 마침내 신의 경지에 오른다. 여기에는 그의 다른 작품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수비학이 적용된다. 1은 광물, 2는 식물, 3은 동물, 4는 인간, 5가 현자고 6이 천사의 단계였다면 이를 지나 7단계에 오른 그는 마침내 신이 된 것이다. 하지만 신화에 등장하는 전지전능한 신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한 준비 단계로, 그를 포함한 여러 신 후보생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에게 진정한 신이 되기 위한 지도를 받는다. 미카엘 팽송과 같은 베르베르의 전작의 등장인물은 물론, 몽골피에 형제나 빈센트 반 고흐, 마타 하리 등 역사적 유명인들도 신 후보생으로서 같은 곳에 있었는데, 이들이 신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시험은 지구에서 문명을 창조하고 이끄는 것이다.

 여기에서 후보생들은 분열, 중립, 협동을 의미하는 DNA가 새겨진 앙크를 가지고 지구와 상호작용하는데, 그 과정은 마치 '문명' 게임을 연상시킨다. 자신이 만들어낸 동물을 토템으로 섬기는 부족을 이끄는 것이다. 이들은 다른 후보생의 부족과 협력하기도 하고, 전쟁을 벌여 몰살시키기도 한다. 각각의 신 후보생들이 고대인들이 섬기던 신화 속의 신이 된 것이다. 부족은 신의 지도를 받아 점점 발전해나가고, 급기야 본격적인 문명을 이루게 되며, 이 과정에서 멸망한 부족의 신은 후보생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후보생들은 이 시험에서 자신의 부족을 이끄는 한편, 자신들이 사는 섬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인간의 삶을 살다 죽은 사람이 신이 되어 이번에는 인간을 다스린다는 소재부터가 게임을 연상시키면서도 흥미로운 설정이다. 마치 실제 역사의 한 장면을 보듯, 후보생들이 자신의 문명을 키워나가는 장면이 흥미진진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나 토템으로 섬기는 동물의 습성을 토대로 발전해나간다는 부분이 인상적인데, 신 후보생들은 광물, 식물, 동물을 창조한 뒤 인간을 다스렸기 때문이다. 자신이 동물을 생존에 적합하도록 만들었고, 그 장점을 본받아 부족을 이끈다는 점에서 캐릭터의 개성이 부각되는 효과가 있다. 역사적 인물들이 어떻게 문명을 이루는지도 주목해볼 만하다. 다만 문명을 키우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다소 아쉬운 작품이다. 일단 작품의 기본적인 주제는 문명을 다스리는 것이 아닌, 신 이상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명 파트만 집중적으로 조명되는 것도 아니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다른 작품도 그렇듯 후반으로 갈수록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나 「신」은 그의 작품 중 가장 큰 분량을 자랑하는만큼 이 점이 더욱 치명적이고, 그렇다고 결말이 납득하기 쉬운 것도 아닌, 허무한 결말이라 싫어하는 경우도 많다. 문명을 건설하고 키워나가는 부분만 집중적으로 다루어도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 법한데, 좋은 소재를 낭비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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