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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판타지

「사자와 마녀와 옷장」- C. S. 루이스

by omicron2000 2020.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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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위해 희생한 신의 아들과 구원을 쟁취하는 인간

 
사자와 마녀와 옷장(네버랜드클래식 4)(양장본 Hardcover)
나니아 나라 이야기 2. 영국에서 우수 동화에 수여하는 <카네기 상>을 수상했고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 피터, 수잔, 에드먼드, 루시다는 전쟁을 피해 늙은 교수님 집으로 갔다가 그 집의 옷장을 통해 나니아로 들어간다. 나니아는 오래 전에 디고리가 갔을 때와 달리 계속 겨울이었다. 네 어린이는 나니아의 왕인 아슬란과 힘을 합쳐 못된 마녀에 대항하여 마법을 푸는데…. 정의와 진리, 우정과 사랑, 그리고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엮었다.
저자
C S 루이스
출판
시공주니어
출판일
2018.12.30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먼저 집필된 작품이자, 시대상으로는 두 번째 순서에 위치한 작품이다. 성경적 텍스트를 활용한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노골적으로 기독교적 성향을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로, 기독교를 잘 모른다고 해도 아슬란의 희생이 예수의 일화를 각색했다는 점을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단순히 판타지 성경 내지는 기독교 동화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것이, C. S. 루이스는 지금 기준으로도 상당히 파격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어 자신만의 성향을 작품 속에 녹여냈기 때문이다.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만큼 저자의 성향이 크게 드러나는 것보다는 보편적 성경관을 서술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긴 하지만 루이스의 자의적인 해석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네 명의 아이들이 전쟁을 피해 시골에 있는 한 노인(전작의 디고리)의 집에 가서 살다가 마법의 옷장을 통해 나니아에 가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나니아는 하얀 마녀가 영원한 겨울을 불러와 얼려버리고 자신을 따르지 않는 이들을 돌로 만들며 다스리고 있었는데, 사 남매 중 셋째인 에드먼드가 마녀를 만나고 그에게 회유되어 버린다. 에드먼드는 납치되거나 끌려간 것이 아닌, 자의로 마녀를 따라간 것이기에 그를 구하기 위해서는 위대한 사자 아슬란의 힘이 필요했고, 말하는 동물들의 도움으로 아이들은 아슬란을 만나 봄을 되돌리는 데에 성공한다. 이후 아슬란은 마녀와의 거래를 통해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에드먼드를 놓아 주도록 한다. 마녀는 돌탁자에서 아슬란을 찔러 죽였지만 그는 타인을 구하기 위해 희생하였기에 얼마 후 부활하였고, 그를 따라 아이들과 나니아의 주민들은 마녀의 하수인들에 맞서 싸우게 된다. 에드먼드의 활약으로 마녀를 물리치는 데 성공하자 네 아이들은 나니아의 왕과 여왕이 되어 다스리다가 현실로 돌아오며 이야기는 끝난다.

 아무래도 나니아 연대기의 첫 번째 작품인만큼 메시지도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편이다. 앞에서는 부정했지만 동화적인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C. S. 루이스의 친구이자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저자인 J. R. R. 톨킨과 비교하자면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호빗」과 유사한 작품으로, 뒤로 갈수록 무겁고 진지해지는 시리즈의 처음이라 가볍고 밝은 분위기인데다가 동화를 목적으로 쓰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니아가 아무리 큰 위험에 빠져도 이후 작품에서는 나오지 않는 산타 클로스가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만 등장한다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다만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기독교적인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는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는 이야기를 쓴 상황과 어느 정도 연관지을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저자는 시골에 살고 있었는데, 이 책에 나온 것처럼 독일의 공습을 피해 아이들을 시골로 보내는 경우가 잦았다. 따라서 그의 집에도 아이들이 찾아와 살고 있었고, 그 중 한 여자아이가 옷장 안에는 무엇이 있냐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여기에서 영감을 얻은 저자는 노교수(자기 자신)와 루시(이 질문을 한 여자아이), 그리고 루시의 가족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썼다는 것이다. 평소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루이스가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썼다는 점에서 「사자와 마녀와 옷장」이 성경의 메시지,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예수의 희생을 소재로 삼았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종교적인 맥락에서 해석한다면 아슬란이 예수의 비유라는 것은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심지어 나니아 연대기의 마지막 권에서는 아슬란이 곧 예수의 다른 모습이라는 뉘앙스의 언급이 나온다.) 창조주이자 위대한 신적 존재이지만 자신보다 높은 신 (바다 황제)의 아들이라고 소개하는 것부터, 악이 세계를 다스릴 때 직접 악을 몰아내지 않고 자신의 희생으로 인간을 용서한 것과 그 대가로 목숨을 잃었다 부활하는 것까지 예수의 행적을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진행 과정이 모호한 성경의 묘사보다는 명확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된다. 한 명의 인간이자 배신자인 에드먼드를 용서하기 위해서 목숨을 바쳤고, 부활한 것은 타인을 위해서 희생하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그 예시이다. 또한 아슬란에게 구해진 에드먼드가 마녀의 지팡이를 부러뜨려 승리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예수의 희생이 곧 인류의 구원이 아니고, 인간이 스스로 구원을 쟁취해야 한다는 식의 해석도 가능하다. 종교적인 면모를 제외하고 본다고 하여도 사랑이라는 교훈성을 가지고 기승전결이 완전하게 이루어져 있는데, 이러한 점들은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성경을 그대로 판타지로 옮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동화로서의 교훈과 판타지 소설로서의 문학성을 모두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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