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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판타지

「금오신화」- 김시습

by omicron2000 2020.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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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 충忠도 인의仁義도 없으니 속세를 벗어나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다

 
금오신화(펭귄클래식 14)
한국 최초의 소설이자 대표적인 전기소설『금오신화』. 전대 문학의 설화와 가전체를 발전시켜 후대 문학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금오신화』에 실린 다섯 편의 작품에는 정치적 좌절에서 비롯된 김시습의 비극적인 현실 인식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으며, 주인공들이 처한 결핍과 부재의 상황이 중요하게 부각되어 있다. 각 작품은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사랑을 환상적으로 그리거나, 초현실적 만남 속에 사상 및 현실 정치 문제를 담고 있다. 주인공들은 원하는 바를 얻게 되지만, 결국 다시 혼자 남겨지거나 세상을 등지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비극적 결말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환기시킨다.『금오신화』는 이후 〈홍길동전〉과 같은 본격적인 고소설을 꽃피운 원류라고 할 수 있다. 이번「펭귄클래식」판에서는 한문 원본의 예스러운 문체를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으로 번역하였다. 현대의 젊은이들과 청소년들이 보다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생소한 고사나 어려운 한자어 해설을 주석으로 덧붙였다. 또한 작품 전체에 대한 해설과 함께 조선 명종 때의 문인 윤춘년이 편집한 목판본을 수록하였다. ☞ 시리즈 살펴보기! 세계적인 작가들의 대표작을 소개하는 고전 문학 시리즈「펭귄클래식」한국어판. 충실한 원본을 토대로 소개하고,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연구자 및 현대 주요 작가들이 직접 쓴 서문을 함께 실어 전문성을 갖추었다. 또한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선별하되,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저자
김시습
출판
웅진씽크빅
출판일
2009.01.23

 조선 초, 세조가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올랐을 때, 세조의 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며 많은 신하들이 반발하였고, 이때 단종의 복위를 시도하다 죽은 인물들을 사육신, 살아서 평생 세조에 반대한 사람들을 생육신이라 부른다. 「금오신화」의 저자 매월당 김시습은 생육신 중 한 명으로, 세조가 즉위하자 성리학을 그만두고 불교에 귀의해 승려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승려가 되어 방랑 생활을 하는 중에도 문학 활동을 지속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금오신화」는 한국 문학사상 최초의 소설로 가치가 높다. 당시 가장 일반적인 문학의 형태는 시였고, 다른 형식이라고 해도 음악의 가사 정도로 짧은 문장으로 내용을 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제목에 새로운 신新자를 사용한 것도 납득이 된다. 시詩는 유학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덕목 중 하나인데, 유학을 버린 김시습이었기에 그 형식을 벗어나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중국의 전등신화를 모방한 형태이기에 김시습이 독자적인 형식을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 해서 한국 고전소설의 시조로서 가지는 의미가 퇴색되지는 않는다.

 형식 외에 주목할만한 점은 작품의 소재로, 수록된 6편의 소설 모두에 귀신, 용궁 등 초자연적인 대상이 등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학에서는 괴력난신이라 하여 귀신이나 요술 등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으면서 사람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미신을 부정하였는데, 이에 정면으로 대치하는 것이다. 조선에서 억압하던 불교적 색채도 짙다.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보건대 충忠을 강조하면서 단종에 대한 충성을 지키지는 못할망정 세조에 협력하는 신하들의 모습을 보고 성리학에 염증을 느낀 김시습이 의도적으로 속세를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금오신화」는 작품의 형식은 물론, 소재와 이야기의 전개방식까지 당시로서는 대단히 파격적이었고, 이는 저자가 기존의 체계에 반감을 느껴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저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작품 내적으로 보면 죽어서도 귀신이 되어 애절한 사랑을 나누거나, 속세에서 인정받지 못한 능력을 저승이나 용궁과 같은 이계에서 인정받는 등, 동서양과 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한 번쯤 꿈꿀 법한 소재라는 점을 알 수 있는데, 이는 '현실에서 하지 못할 경험을 글을 통해 이룬다'는 판타지문학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에 부합한다. 다시 말해 당시 시대상과 김시습의 심정을 반영한 작품으로 보기 이전에 뛰어난 문학작품으로서 읽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런 면에서 「금오신화」는 역사적, 문학적 양쪽으로 모두 큰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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