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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판타지

「마법사의 조카」- C. S. 루이스

by omicron2000 2020.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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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이 살아있는 세계의 창세기

 
마법사의 조카(네버랜드 클래식 3)(양장본 HardCover)
영국에서 우수 동화에 수여하는 <카네기 상>을 수상했고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씌여진 책. 어느 여름날 앤드루 외삼촌의 마법에 걸려 들어 딴 세상으로 가게 된 폴리와 디고리가 그 곳에서 황금종을 치는 바람에 마녀 제이디스 여왕이 깨어난다. 마녀가 인간 세상으로 들어와 멋대로 휘젖고 다니자 마녀를 내좇아 버리려던 폴리와 디고리는 이제 막 탄생된 젊음의 땅 나니아로 찾아가는데... 정의와 진리, 우정과 사랑, 그리고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엮었다.
저자
C S 루이스
출판
시공주니어
출판일
2019.01.30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는 성경을 모티브로 한 판타지 시리즈로, 지나치게 종교적이지 않으면서 동화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전 세계의 독자들로부터 오래도록 사랑받는 작품이다. 그중 시간대적으로 첫 번째 순서에 있는 것이 「마법사의 조카」이다. 나니아 세계의 창조를 다루는 이 작품은 나니아 연대기가 기독교의 영향을 받았음을 고려하면 성경의 창세기에 대응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시리즈 중에서 기독교적 색채가 가장 강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종교적 요소를 제외하고 본다고 하더라도 나니아라는 세계와 현실 세계의 관계, 그리고 그 외의 다른 세계가 유일하게 언급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나니아 연대기 세계관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병든 어머니와 함께 사는 디고리는 이웃에 사는 폴리라는 여자아이와 친해지게 되고, 둘은 우연히 괴짜로 알려진 앤드루 외삼촌네 집으로 간다. 앤드루 외삼촌은 아틀란티스에서 왔다는 상자를 보여주며 자신은 지금까지 다른 세계로 가는 마법을 연구했다 말하고는 두 아이들에게 마법 반지를 건네준다. 둘은 반지의 힘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 벗어났으나 본의 아니게 '찬'이라는 세계에서 그 세계를 멸망시킨 여왕 제이디스를 부활시키게 되었고, 런던까지 아이들을 쫓아온 제이디스는 가로등을 부러뜨리고 행패를 부린다. 아이들은 다시 제이디스를 데리고 다른 세계로 나갔으나 도착한 곳은 찬이 아닌, 새로 생겨나는 중의 세계로, 이곳이 바로 훗날의 나니아가 되는 곳이다. 디고리는 나니아에 악을 불러온 책임을 지기 위해 마법의 사과를 따는 임무를 맡는데, 이 사과로 어머니를 낫게 할 수 있다는 여왕의 유혹을 뿌리치고 사과를 가져와 심는다. 이로써 나니아는 악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런던에서 넘어온 마부 부부는 나니아의 왕이 되었고, 아이들은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디고리가 심은 사과는 금세 자라 열매를 맺었는데, 그 사과를 디고리의 어머니에게 먹이자 병이 낫게 되었다. 그 씨는 버리지 않고 마당에 심어 나무를 키웠고, 이를 가지고 만든 옷장이 바로 뒤의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 나오는 옷장이다.

 처음 나니아가 생겨나는 장면을 보면 사람은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니아는 원래부터 말하는 동물들의 세계였다는 것이다. 이후 작품에 나오는 인간들은 모두 현실 세계에서 우연히 나니아에 도착한 사람들과 그들의 후손이다. 재미있는 점은,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에서는 인간이 악역으로 나오는 경우가 매우 잦다는 것이다. 말하는 동물과 신화 속 생물들의 경우에도 타락하여 악을 섬기는 경우는 있지만, 왕족을 제외한 인간이 긍정적으로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처음 나니아에 악을 불러온 것도 디고리라고 하니 인간이 없었다면 나니아는 더 평화롭고 선한 세상이었을지도 모른다. 특히나 「마법사의 조카」는 창세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만큼 아담과 이브에 대한 은유를 찾을 수 있다. 아슬란은 현실에서 온 인간들을 일관적으로 '아담의 아들'과 '이브의 딸'이라고 부르는데, 이에 해당하는 인물이 디고리와 폴리라는 것이다. 단순히 지구에서 온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지만, 디고리와 폴리는 호기심으로 돌이킬 수 없는 악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단순히 에덴동산에서 추방시키고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한 성경과는 다르게, 아슬란은 디고리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 그때 나오는 과일이 사과라는 점 또한 의미심장하다. 이번에는 제이디스가 마치 뱀처럼, 사과를 먹으라고 유혹하지만 자신의 일에 책임을 다 하기 위해서 디고리는 유혹을 뿌리치는 데 성공하고, 제이디스의 말을 듣지 않고도 어머니의 병을 고치게 된다. 이 점이 「마법사의 조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를 낫게 해 드리고 싶다는 것도 좋은 의도이지만, 그를 위해서 또 다른 악행을 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선이라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진정한 선을 행하면 어머니의 병도 낫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아슬란이 예수의 다른 모습인 만큼, 이는 독실한 성공회 신자였던 C. S. 루이스의 선에 대한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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