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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기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by omicron2000 2021.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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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모든 지식을 집대성하기 위한 프로젝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상상력을 촉발하고 사고를 전복시키는 기묘한 지식, 잠언, 일화, 단상 383편을 담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개미>, <타나토노트>, <뇌>, <나무>, <파피용>…… 그리고 <신>에 이르기까

book.naver.com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들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에드몽 웰즈라는 인물이 있다. 그가 고인으로 언급되는 「개미」에서는 그의 장치가 주요 소재로 사용되고, 「천사들의 제국」이나 「신」에서는 직접 등장까지 해서 활약한다. 설정상 그의 저서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은 그 본인만큼이나 다양한 작품에서 언급이 된다. 「신」에서는 챕터 중간중간에 그 본문의 내용이 들어가 있을 정도이다. 이 책이 특이한 점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세계 속에서 설정상으로 존재하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저자는 에드몽 웰즈의 창조자인 베르나르 베르베르로, 에드몽 웰즈라는 인물 자체가 저자 본인이 투영되어 만들어진 캐릭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어릴 때부터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이를 기록으로 남겼고, 이런 기록이 모여서 만들어진 책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은 그 책이 국내에 번역되어 출판된 명칭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이런 책을 쓴 것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온갖 방면의 지식을 수집, 보관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언젠가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수월하게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당시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것도 아니었기에 단지 지식을 수집하는 목적에서 개인적으로 백과사전을 집필한다는 것은 상당히 신선한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도 각계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실제 백과사전에 비하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취향에 맞게 신비주의적인 자료가 대부분인, 편향된 사전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의 소설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점에 한해서는 이 책은 큰 가치가 있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그의 여러 작품에 등장한다는 사실 하나만 보아도 그렇다. 「신」이나 「개미」에 삽입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고, 전부터 있던 글을 소설에 삽입했다는 것은 해당 소재가 소설을 쓰기 전부터 준비되어 있었다는 뜻이니 말이다. 다만, 저자의 다른 작품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반대로 해석하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대부분이 비슷한 소재를 공유하는 원인이 이 책이라는 뜻도 된다. 결국 종합적으로 저자의 작품 활동에 이 책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독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세계와 별개로 책 자체를 분석해보면 백과사전으로서의 활용도는 없다시피 하다. 우선 앞에서 말했듯이 소재가 크게 편향되어 있고, 둘째로 그 지식도 그리 정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쓴 일종의 아이디어 노트에 지식의 출처 표기나 교차 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과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내용이 대부분이기에 애초에 '사전'이라는 말은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세계 각지의 흥미로운 이야기들' 내지는 '유명 소설가의 아이디어 노트'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이렇게 상대적이기만 하고 딱히 절대적이지는 않은 책을 뻔뻔하게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백과사전이라고 소개한 에드몽 웰즈는 정말 신기한 사람이다.) 물론 그렇다 해서 이 책이 완전히 무의미한 책은 아니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설정집을 읽는다는 느낌으로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다른 소설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는다면 익숙한 소재를 보고 반가움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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