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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기타

「내가 본 시인 김소월 군을 논함」- 김동인

by omicron2000 2022.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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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의 작가가 작가에게

 

내가 본 시인 김소월 군을 논함 (김동인 08)

나는 소월과 一面識[일면식]도 없다. 2,3 회의 文通[문통]은 있었지만 그 필적조차 기억에 희미하다. 내가 소월의 이름을 처음으로 기억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8,9년 전 잡지《創造[창조]》가 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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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월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라고 해도 무방한 작가이다. <진달래꽃>, <엄마야 누나야>, <초혼>, <먼 후일> 등 그의 수많은 시들이 일부는 노래로도 만들어져 아직까지도 애송되는 것은 물론, 일제강점기에도 민속적 감성을 노래하였다는 점에서 교과서에도 꾸준히 실리는 시인이다. 그의 시들은 문장이 아름다우며, 문학성 또한 부족함이 없다고 평가된다. 반면 김동인의 경우에는 조금 복잡한데, 한국 최초의 근대문학 작가로서 한국 문학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은 명백하지만 특정 성별이나 민족에 대한 혐오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으며, 다른 문인들과 갖은 논란을 빚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친일 행적이 있다. 그의 이름을 딴 동인문학상이 있을 정도로 문학성은 인정받으나, 김소월과는 달리 대중의 평가가 결코 좋을 수는 없는 인물인 셈이다.

 이렇듯 김소월과 김동인은 상반된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직접 만난 적은 없었지만 상대의 작품을 읽을 정도의 접점은 있었던 듯하다. 적어도 김동인은 김소월의 작품을 수 차례 읽은 적이 있으며 「내가 본 시인 김소월 군을 논함」은 그가 조선일보에 세 번에 걸쳐 기고한 김소월에 대한 칼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그는 '소설가의 시인평'이라는 제목으로 김소월 말고도 주요한을 다룬 적 있다.

 김동인은 자신이 김소월의 시를 접한 적이 두 번 있었으나 좋게 평가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김소월이 스승인 안서(김억)를 통해 잡지 <창조>에 시를 투고했는데, 그 시가 안서를 흉내내었을 뿐이라서 기억에 두지도 않았고, 김소월이라는 이름의 기생을 알고 있었기에 이름만 알고 있었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년 뒤 김소월의 삭주구성(朔州龜城)이라는 시를 읽고 난 뒤에는 평가가 완전히 뒤집어졌다. 재독 삼독 후 책을 내어던지며 탄식했다는 그는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에 빗대며 김소월의 시가 신비적인 공포를 낸다고 말한다. 뒤이어 그가 조선말을 다루는 솜씨가 '마치 자기가 조선말을 발명한 듯이' 자유자재라고 하며, 조선 사람의 감정을 알고 시로 표현한 것이 처음이라고까지 말한다. 그가 생전 이광수, 염상섭 등 여러 문인과 적대적인 관계를 가졌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놀라울 정도로 높이 평가한 것이다.

 김소월의 시의 문학적 특성은 누구나 학교에서 배운 바 있을 것이고, 사실 이 글에서 김동인이 말하는 것이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 그렇기에 이 글이 우리에게 김소월의 문학을 읽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거나 하지는 못하지만, 그보다는 김동인에 대해 말해주는 바가 많다. 우선 친일 작가인 그가 대표적 민족 시인인 김소월을 극찬한 것은 아직 친일로 전향하기 이전이라 그렇다. 그는 자신이 두 번이나 보고 가망이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세 번째로 보았을 때 자신이 이전에 한 판단이 모두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그가 이광수는 끝까지 비난했다는 점과 비교했을 때 김소월을 그보다 훨씬 높게 쳤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글의 분량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의 김소월에 대한 평가가 현대 교과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그가 가진 평론가로서의 능력도 어느 정도는 엿볼 수 있다.

 당시 신문 기사를 찾아보면 주요한과 김소월을 다룬 김동인의 '소설가의 시인평', 그리고 해당 칼럼을 비판하는 권구현의 칼럼 '김동인씨의 예술전당을 파쇄' 등 문인들이 실은 글이 제법 많은데, 당시의 문학에 대해 보여주는 바가 많으니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책의 원문이 되는 기사의 출처는 아래에 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를 이용해 무료로 한글 변환된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김동인. (1929년12월10일). 小說家의 詩人評 내가본詩人 (一). 조선일보. 4면
김동인. (1929년12월11일). 小說家의 詩人評 내가본詩人 (二) 金素月君을論함. 조선일보. 4면
김동인. (1929년12월12일). 小說家의 詩人評 내가본詩人 (三) 金素月君을論함. 조선일보.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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