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TV를 보는 괴짜 교수
- 저자
- 심재율
- 출판
- 김영사
- 출판일
- 2020.04.24
현 카이스트 총장인 이광형 교수는 소위 말하는 괴짜 교수로 유명하다. 사무실에는 TV를 뒤집어서 걸어 놓았고, 드라마 <카이스트>에 나오는 괴짜 교수의 모델이 되었으며, 카이스트의 마스코트인 거위를 데려온 것도 다름아닌 그다. (여기에는 뒷이야기가 있는데, 원래 타조를 풀어놓으려 했으나 교통사고의 우려가 있고, 오리는 너무 작은 것 같아 거위로 정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히 특이한 교수로만 보이겠지만 업적도 많은데, 우선 넥센의 창업주 김정주를 포함해 그의 제자들은 각종 유명 IT기업을 세웠고, 한국과학영재학교로 대표되는 국내의 영재교육을 진흥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가장 대표적인 업적을 고르라면 당연히 600억이 넘는 대규모의 기부금을 유치해 새로운 학과인 바이오및뇌공학과를 설립한 것이다.
새로운 학과를 만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당시 바이오공학이라는 분야는 매우 생소해서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으며, 그 때문에 학생들이 들어온다는 보장도 없고, 타 교수들의 반발도 거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가 바이오및뇌공학과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은 미래산업 창업자 정문술 회장의 두터운 신뢰 덕분이었다. 정문술 회장은 무려 515억이라는 대규모의 기부금을 제시하며 이 돈은 전적으로 이광형 교수가 집행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고, 이 돈은 바이오및뇌공학과의 건물을 세우는 데 사용되었다. 지금도 해당 건물은 정문술 빌딩으로 불린다. 이 일화는 바이오공학 분야의 부상을 예견하는 식견과 과감하게 새로운 학과를 세우는 혁신가 정신, 그리고 정문술 회장과의 신의를 중요시하는 철학을 보여 준다.
이 책은 전산학부 교수 시절부터 바이오및뇌공학과를 설립, 마침내 총장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이광형 총장이 가진 다양한 면모를 비춘다. 그는 도전가이자 혁신가, 멘토이자 과학자이며, 교육가이자 퓨처리스트, 그리고 리더로, 단순히 괴짜 교수라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괴짜 교수라는 이름이 그의 복합적인 면모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기도 한데,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이른바 '거꾸로' 보는 행위가 그에게 있어서 영감의 원천이자 혁신의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를 따라한다고 TV를 거꾸로 보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대신 책에서는 이광형의 리더십 9원칙을 소개한다.
- 꿈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라
- 사심을 버리고 대의를 좇아라
- 눈앞의 이익보다 신의를 우선시하라
-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
- 항상 정도를 지켜라
- 본질을 타협하지 말라
- 사람의 장점을 보라
- 30초만 본능을 참아라
- 상대에게 이로운 존재가 되어라
언뜻 보면 자기개발서에나 나올 법한 당연하고 진부한 소리지만, 실제로 이를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 원칙들이야말로 정말 '괴짜같은' 원칙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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