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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전기

「호킹」- 짐 오타비아니

by omicron2000 2021.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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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꿈을 꾸며 블랙홀 너머를 들여다본 과학자

 

호킹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작가의 야심찬 프로젝트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지성, 스티븐 호킹을 그래픽 노블로 만나다!뉴턴과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뛰어난 과학자, 스티븐 호킹의 삶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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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호킹 박사는 우리에게 루게릭병이라는 장애를 극복한, 위대한 과학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평가를 썩 달가워하진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장애를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것만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같은 이유로 그를 싫어하던 과학자들도 있었다는 것을 보면 확실히 그렇게 느낄 만도 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그는 자신에 대한 책이나 영화를 내는 데에도 부정적이었다. 자신이 연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세히 담지 않고, 자신의 장애만 자극적으로 조명하며 오해를 빚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순전히 자신의 과학적 업적으로 알려지길 원했고, 사람들이 자신의 과학책을 읽는 것을 바랐다. 그래서 그는 한동안 자신의 자서전조차도 쓰지 않았다. 말년에는 이 성향이 조금 누그러져 자신을 소재로 한 매체를 허락해 주었는데, 덕분에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원제: The Theory of Everything)과 자서전 「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 그리고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이야기는 호킹이 태어나기도 전, 아인슈타인에서 시작한다. 그의 주 업적인 블랙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우주론의 흐름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인슈타인과 호킹이 많은 점에서 닮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인슈타인이 죽은 지 정확히 139년 뒤에 호킹이 사망했다는 점도 인상적인 접점이긴 하나, (심지어 그는 갈릴레이 사망 정확히 300년 후 태어났다.) 이 둘의 무엇보다 중요한 공통점은 자신의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경우, 처음에는 정적인 우주를 지지했기 때문에 빅뱅 이론에 회의적이었다. 그는 우주가 한 점에서 시작했다는 조르주 르메트르의 주장을 비판했는데, 훗날 빅뱅 이론이 맞고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게 된다. 스티븐 호킹의 경우에는 단순히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논문을 직접 반박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위대한 과학자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몸소 증명한 셈이다.

 스티븐 호킹은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유머 감각이 굉장히 풍부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루게릭병 때문에 음성 변환 장치를 사용하게 되었을 때에도 자신의 멋진 영국식 억양 대신 미국식으로 말한다고 푸념했으며, 강연이나 다른 과학자들 앞에서도 농담하기를 즐겼다. 그는 동료 과학자들과 과학 이론을 가지고 내기를 한 적도 제법 많은데, 첫 번째는 <인터스텔라>의 자문 역으로도 유명한 킵 손과 한 내기였다. 그는 백조자리 X-1이 블랙홀이 아니라고 생각한 반면 킵 손은 블랙홀이 맞다고 했고, 여기에 서로 상대 국가의 성인 잡지를 걸었다. 결과는 킵 손의 승리로, 호킹은 그가 출장 중일 때 그의 사무실에 몰래 <펜트하우스>를 두고 갔다고 한다. 그는 그다음에 한 내기에서도 져서 야구 백과사전을 선물했다. 마지막으로 한 내기에서는 힉스 입자가 존재하지 않는다에 걸었는데, 피터 힉스가 힉스 입자의 발견으로 당당히 노벨상을 수상함으로써 또 한 번 패배하고 만다. 호킹이 내기를 할 때마다 번번이 졌는데 역설적으로 이 일화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호킹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티븐 호킹은 수많은 교양과학서를 냈고, 그중에서도 여러 작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의 유명세를 보고 산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내용을 읽고 이해한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호킹이 연구한 분야 자체가 상당한 전문 지식을 요구하기도 하고, 전반적인 내용이 워낙 어렵기 때문이다. 그가 딸과 함께 쓴, 어린이들을 위한 과학책 '조지' 시리즈가 있긴 하지만, 다 큰 어른이 과학을 공부한답시고 어린이 과학 동화를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호킹」은 스티븐 호킹의 책을 읽으려는 사람, 혹은 읽으려다 주저한 사람들에게 적합한 책이다. 일단 만화라서 쉽게 읽히고, 그의 이론에 대해 간단히 설명되어 있을뿐더러 호킹이 그런 이론을 떠올린 계기까지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꼭 천체물리학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호킹이라는 존경할 만한 인물을 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호킹」은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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