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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순수문학

「기차의 꿈」 - 데니스 존슨

by omicron2000 2024.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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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한 사람의 삶이다

 
기차의 꿈(양장본 HardCover)
데니스 존슨이 2002년 〈파리 리뷰〉에 처음 발표한 『기차의 꿈』은 19세기에 태어나 20세기를 살아간 철도 노동자이자 벌목꾼 로버트 그레이니어의 생애를 그린 소설로, 시대의 격변과 그로 인해 필연적으로 소멸되어버린 삶의 방식을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으로 써내려간다. 이 소설은 그해 〈파리 리뷰〉에 발표된 소설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 수여하는 아가 칸 상을 받았고, 이듬해 오헨리상을 수상했다. 그후 2011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뉴욕 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뉴요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올해 가장 사랑받은 책, 〈에스콰이어〉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2012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그해 퓰리처상은 수상작을 선정하지 않았다). 또한 2019년에는 리터러리 허브에서 뽑은 ‘지난 10년간 최고의 소설 Top 20’에 이름을 올리며 “21세기의 가장 완벽한 짧은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로버트 그레이니어는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했고 누구도 특별히 기억하지 않았던, 역사를 스쳐지나간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이다. 젊은 시절에도 “그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그가 계곡 깊숙한 곳에 자리한 오두막에서 숨을 거둔 채 가을과 겨울 내내 누워 있어도 그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평범한 막노동꾼의 삶은 작가 데니스 존슨의 노련한 필력과 타고난 감각을 거쳐 분절되고 재구성된 뒤 아름답고 강렬한 문학으로 재탄생한다. 특별할 것 없는 한 인간의 삶을 그리는 것만으로 작가는 빠르게 변화해가는 시대 전환기의 혼란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로버트 그레이니어’라는 한 인간은 산업화와 상업화, 그 과정에서 상실되어버린 삶의 방식을 상징하는 삼차원의 메타포가 된다.
저자
데니스 존슨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0.04.01

 주인공은 로버트 그레이니어라는 이름의 남자다. 그는 아내 글래디스와 딸 케이트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철도 노동자였으나, 물건을 훔쳤다는 혐의의 중국인 노동자를 다리 밑으로 던져버리려고 했던 일 이후로, 저주라도 받은 듯 그에게는 불행이 닥친다. 화재로 아내와 딸이 죽고, 가까이 지낸 지인들도 세상을 떠난다. 동료 노동자 안 피플스는 떨어지는 나무에 맞아 죽었고, 인디언 밥은 술에 취해 자다가 기차에 치여 죽었다. 그는 중국인 노동자에게 저주라도 받은 것이라 여겼지만, 그가 어렸을 때 만났던 윌리엄 코스웰 헤일리라는 남자도 죽어가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그레이니어 본인에게 마라도 끼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는 아내의 환영을 보기도 하고, 소문으로 듣던 늑대 소녀가 화재에서 살아남아 야생에서 자란 자신의 딸 케이트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게 그레이니어가 본 환각인지 실제인지는 알 방도가 없다.) 끝내 그는 82세의 나이에 홀로 사망하고, 짤막한 회상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기차의 꿈」은 고독에 대한 이야기이며, 한 사람의 인생이다. 그레이니어는 고독한 인간이었으며, 그는 그의 딸이 그랬던 것과 같이 한 마리의 늑대였다. 흔히 늑대를 고독한 생물이라 하지 않는가. 가까이 지낸 이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에 그는 혼자였고, 끝에도 그는 혼자 죽는다. 이 이야기가 쓸쓸한 비극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실존주의자들은 모든 인간이 근본적으로 고독하다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기차의 꿈」은 유별나게 외롭고 불행한 삶을 산 한 사람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한 명의 삶일 뿐이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로버트 그레이니어와 같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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