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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추리

「외지인의 죽음」 - M. C. 비턴

by omicron2000 2024.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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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재 물탱크에 빠진 시체의 사건

 
외지인의 죽음(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3)
스코틀랜드 북부의 험준한 산자락에 자리한 가상의 시골 마을 ‘로흐두’를 주 무대로 펼쳐지는 유쾌한 미스터리「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제3권 『외지인의 죽음』. 영미권을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M. C. 비턴의 정통 코지 미스터리물이다. 추정 나이 30대 초중반. 7남매의 장남. 잡종견 한 마리를 데리고 이 집 저 집에 들러 차를 얻어 마시며 천천히 순찰을 도는 것이 주 업무인 마을 경찰. 볼품없이 키만 큰 깡마른 몸매에 후줄근한 제복을 걸치고 다니는, 새빨간 머리칼의 켈트인. 그러나 기다란 속눈썹 아래에는 근사한 녹갈색 눈동자가 숨겨진 미남자이자, 사건이 벌어지면 기지가 번뜩이는 ‘탐정’, 해미시 맥베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광신적인 종교의 분위기가 가득한, 스코틀랜드의 작은 농촌 마을 시노선으로 해미시 맥베스 순경이 차출된다. 외지인에게 적대적인 농촌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 그는 아늑한 로흐두에서의 나날과 런던으로 떠나 버린 프리실라 할버턴스마이스를 그리며 외로움에 젖어 든다. 그러나 사실 이곳에서 가장 미움을 받는 외지인은 타지에서 갓 온 순경이 아닌, 여기저기 참견하며 우두머리 행세를 하고 다니는 잉글랜드인 윌리엄 메인워링이다. 누군가 자신들을 저주하며 ‘마법술’을 행했다는 잉글랜드인의 고발이 현실이 된 듯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닷가재로 가득한 물탱크 속에서 새하얀 해골이 발견된다. 순경이 뒤늦게 해골의 숨겨진 진상에 대해 알아챘을 때는 이미 물탱크 속의 바닷가재가 영국 최고급 레스토랑들의 식탁 위에 올려진 후다! 이제 해미시는 살인의 연관성에 대해 숨기려 드는 경찰 수뇌부의 일원에 맞서 메인워링에게 원한을 품은 마을 사람 전부를 상대로 힘겨운 수사를 벌이는데…….
저자
M C 비턴
출판
현대문학
출판일
2016.07.25

 이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 시리즈처럼, 주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조용한 일상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다루는 장르를 코지 미스터리라 부른다고 한다. 장르 자체의 특성 상 시리즈가 장기화될수록 조용한 시골 마을 주제에 시도때도없이 살인이 발생하는 마경이 되기 마련인데, 일종의 매너리즘 방지를 위해서인지 이번에는 장소를 옮겼다. 해미시 순경이 로흐두에서 시노선이라는 다른 마을로 잠시 파견된 것이다. 시노선은 로흐두와는 분위기가 약간 다르다. 광신적인 목사도 있고, 마법술에 대한 소문도 있고, 토지의 매입과 개발로 시끄럽다. 공통점이라면 스코틀랜드에 위치해 잉글랜드를 싫어한다는 점, 그리고 외지인에 배타적이라는 점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해미시 또한 외지인이라 현지인들의 협조를 받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죽은 사람은 윌리엄 메인워링이라는 남자로, 제목대로 시노선 사람이 아닌 외지인이다. 외지인이라는 점 말고도 무례한 언행이라거나, 여러 이유로 마을에서 미움을 받는 사람이다. 전작과 전전작에서도 사망자는 가장 인망이 나쁜 사람이었는데,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하기 어렵게 하는 의도 자체는 확실하지만 후속작에서도 이런 패턴이 반복될까 다소 우려스럽다. 어쨌거나 이번 작에서는 특이하게도 메인워링이 죽은 뒤의 상황이 잠시 언급되는데, 바닷가재 수조 안에 그의 해골이 있고, 이를 발견한 직원이 이를 은폐하려 한다. 추리  소설에서 탐정과 등장인물보다 독자에게 많은 정보를 주는 드문 사례인데, 바닷가재가 시신을 뜯어먹어 뼈만 남았다는 것이 독자로서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그렇게 한 듯하다. 독자에게만이지만 한 명을 용의선상에서 제거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쯤 되면 시리즈 자체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확실히 추리보다는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에 공을 많이 들였다. 어째 마을 사람들이 너도나도 험담하고 헐뜯는 경우가 잦고, 해미시 또한 예외가 아니라서 화를 내는 장면이 많은데, 덕분에 현장감이 있다고 해야 하나, 읽는 재미가 있다. 다만 그런 인물 묘사에 비해 추리는 다소 아쉽다. 사건 자체가 대단한 트릭이 있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살인 사건 쪽이라 그런지, 직접 등장하지는 않고선 추리할 때 단서를 제공했다고 또 언급만 되는 해미시의 친척도 그렇고, 보통 추리 소설이라 하면 범인이 드러나는 파트가 하이라이트가 되어야 하는데 마을에서 탐문하는 과정만큼 몰입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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