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어는 '이름 호칭 + 반말'로 이루어진 새로운 한국말이다.

평어는 '이름 호칭 + 반말'로 이루어진 새로운 한국말이다. 본문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문장이다. 본래 한 권의 책으로 쓰인 글이 아니라 잡지에 기고한 글을 엮고 보충해 쓰인 책이라 그런데, 이는 저자가 주장하는 평어를 가장 간결하게 설명한 문구이다. 잘 알고 있듯이 한국어에는 존댓말과 반말이 있다. 여기에서 상대를 '너' 라고 부르는 반말과는 달리 '씨'나 '선생님'같은 칭호를 붙이지 않고 '철수', '영수'처럼 이름만 사용해 타인을 부른다는 말이다. 저자가 디자인 커뮤니티 디학을 포함해 몇 가지 단체에서 실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방식으로, 수직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기존의 존비어 체계 대신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이다.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에게 반말을 사용하도록 지시했던 일화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상급자에게 존중을 표한다는 점에서 존댓말의 가치는 분명하다. 그러나 존비어 체계는 한국어와 일본어 정도만 존재하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라고 웃어른을 공경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에 존중에 존댓말이 필수적인지는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상호존대를 하나, 존댓말이라는 것은 상대를 높이기 위해 자신을 낮추는 말이고, 그 과정에서 거리감이 생기기도 하니 평어를 대체재로 제안하는 것이다. 저자는 철학자지 언어학자는 아니라서 몽골어가 한국어와 같은 어족이라는 등 약간의 오류가 있긴 하지만, 에스페란토를 창안한 자멘호프도 본업은 의사가 아니었던가. 전문적인 언어학 연구라기보다는 언어를 기반으로 한 사회운동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에스페란토도 당초 목표했던 국제 공용어는 무리지만 상당한 규모의 구사자 커뮤니티를 형성했듯이, 일반적으로 쓰이지는 않아도 소규모 집단 내 평어 사용은 적잖은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다만 평어의 유용성과 가치와는 별개로 철학자가 쓴 책 아니랄까봐 읽기 썩 편한 글은 아니다. 저자도 서문에서 거추장스러운 문체임을 인정하고 완화하려 했다고 주장하는데, 그럼에도 본문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불필요한 인용과 주석이 과하게 많고 현학적이다. 문예 잡지에 기고했던 글이니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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