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가 만든 새로운 언어

언어는 시대를 반영한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큰 사건은 더욱 미치는 영향이 크다. 바이러스 전파를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 격리가 시행되었으며, 줌을 이용해 화상 회의나 강의를 하는 비대면 활동이 생겼다. 사람들의 실내 활동이 늘자 달고나 커피라는 유행도 나타났으며, 활동량이 줄어 체중이 증가한 사람을 일컫는 확찐자라는 단어도 나타났다. 2020년 전후로 대학을 다닌 사람을 주로 일컫는 코로나 세대라는 표현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종식되고 난 뒤에도 한동안 사용되기도 했다. 코로나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국평오나 내돈내산처럼 아직까지 널리 쓰이는 말도 있다. 이렇듯 특정 시기에 새로 나타나는, 이른바 신어는 당시의 사회상을 크게 반영하기에 연구의 가치가 높다.「신어 2020」는 국어학자들이 2019년-2020년에 발생한 신어를 모아 사전처럼 펴낸 자료다. 구체적으로는 일간지를 포함한 언론 자료에서, 신어 추출기를 활용하거나 수작업으로 포함했는데, 아마 이 때문에 독자 중에는 이게 왜 신어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 경우가 적잖이 있을 것이다.
본문에는 대중이 신어를 자연스럽게 만들면서도 사전 등재에는 부정적이라는 점을 지적하나, 이는 사실 간단한 문제다. 대중이 생각하는 신어는 커뮤니티 등지에서 사용되는 밈이나 유행어에 가까운 것인데 국어학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아니라 언론에서 신어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언론이야말로 아무도 안쓰는 억지 밈의 총본산 아니겠는가. 커뮤니티에서 잘만 소비되던 밈도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사용해 주류 언론에서 쓰는 순간 죽은 밈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까 언론에 드러난 신어는 이미 대중의 입장에서는 반짝하고 한물간 단어에 불과하고, 그러니 이런 걸 사전에 실어야 하나 싶은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더해 대중에서의 쓰임과 언론의 소개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본래 현자타임은 본래 자위 후의 허탈함을 나타내는 표현인데 언론에서는 성적인 의미를 가리고 현실 자각 타임이라고 순화해 소개한 바 있다) , 외국의 단어를 시사 코너에서 소개했을 뿐 국내에서는 아무도 쓰지 않는 경우 (종말적인 하락세를 의미하는 베어마겟돈Bearmageddon), 단발적인 정책이나 마케팅용으로 만든 말 (버터떡은 두쫀쿠 유행에 편승하려는 바이럴 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도 일단 언론에 소개됐기 때문에 신어로 볼 근거가 있다는 점이 괴리의 이유다.
위의 예시는 신어에 대한 국어학자와 대중의 인식 차이를 위해 들었을 뿐 베어마겟돈을 제외하면「신어 2020」본문에 나오는 단어는 아니지만, 본문에도 오류가 몇 가지 있다. 일례로 책에서는 이 시국 여행이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에서 눈치 없이 여행 다니는 행위를 비판하기 위함이라고 했는데, 사실 그보다 이전에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때 이 시국에 일본 여행을 가냐는 말이 먼저다. 이때 이시국이라는 표현 자체가 밈이 되어 코로나 19까지 이어진 것이다. 또 일탈계라는 단어가 2019년 8월 신어라고 소개했으나, 이는 n번방 사건으로 주의가 집중되며 2019년이 되어야 언론에 올라온 것뿐, 2000년대 이전에도 쓰였으며 트위터에서는 꾸준히 사용된 표현이다. 책에는 재미 슬쩍꾼이라는 단어도 있는데, 이는 순전히 동아일보에서 '스포일러'를 순화하기 위해 임의로 만든 단어일 뿐, 해당 기사 외에 용례를 찾아볼 수 없는 억지 순화어에 불과하다. 국어학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어휘는 일반적으로 대중이 언론보다 먼저 만들고 사용하는 법인데 그 발생 시점의 기준을 언론으로 잡는 것이 맞나 의문이 든다.
물론 국어학자들이 수많은 커뮤니티를 뒤져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학문으로서 접근하는 이상 언론이라는 공신력 있는 매체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나, 발전한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 웹 크롤링을 통해 정보를 모으고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면 상당수 보완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재미 슬쩍꾼같은 표현을 거르기 위해서 언급되는 빈도 또한 하나의 기준으로 삼는다거나, 특정 계층만 사용하는 단어인지 확인하기 위해 웹사이트 도메인으로 분류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합성어로 자주 사용되는 -린이, -무새 같은 표현을 추려내 별도로 분석하는 것도 해봄직하다. 지금도 수천만 명이 사용하는 것이 언어인 이상, 수작업만으로 모든 말을 분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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