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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역사소설

「스파이」 - 파울로 코엘료

by omicron2000 2026.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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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의 눈동자는 과연 스파이였나

 마타 하리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활동한 무용가로, 당대에는 미모와 선정적인 안무로 유명했지만 현재는 그보단 제1차 세계대전 도중 스파이 활동 혐의와 그로 인한 처형으로 더 알려져 있다. 중립국인 네덜란드 출신이었던 그녀는 독일 정보부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은 뒤 H21이라는 코드명으로 정보 제공을 요구받았고, 이후 프랑스에서 체포되어 총살당했는데, 독일과 프랑스의 이중 스파이였는지, 독일의 스파이는 과연 맞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오래도록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어느 정도 조사가 진행된 지금은 독일로부터 돈을 받아 정보 제공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중에 그다지 유용한 정보는 없었고, 따라서 그녀의 활동이 프랑스에 치명적인 영향이 있지는 않았으나 프랑스 정부는 전쟁에서의 부진으로 인한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고자 증거가 충분하지 않음에도 희생양으로 삼아 처형했다는 정도로 여겨진다. 억울하다면 억울할 수 있고, 자초했다면 자초했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파울로 코엘료의「스파이」는 마타 하리가 처형당하기 전에 자신의 삶을 편지 형식으로 남겨 변호사에게 전달했다는 설정의 소설로,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마타 하리를 전적으로 옹호하는 관점의 팻 십먼의 전기「팜 파탈」을 크게 참고했기에 역시 그녀가 스파이가 아니었으며, 억울한 희생자라는 입장을 가진다. 다만 이는 "스파이"라는 단어가 구체적으로 의미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과연 악의적으로 유용한 정보를 넘겨야만 스파이인지 등 단어의 정의에 관한 말장난에 불과하기에 그 자체로 별 의미는 없다고 본다. 스파이든 아니든 전쟁 중인 국가로부터 돈을 받고 그 적국에 입국하는 건 충분히 위험천만한 행동이고, 자신의 신변에 위험이 생길 가능성을 지나치게 가볍게 본 것이 죽음에 대한 한 가지 원인이 아닌가. 이 책은 역사책이나 전기가 아니기에 그녀에 대한 평가보다는 소설로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파울로 코엘료를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중학생 때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간만에 그의 소설을 읽고 나니 실망감이 앞선다. 전개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평면적이다. '마타 하리는 스파이가 아니다'라는 한 마디의 주장이 목적이지 진지하게 그녀의 삶을 다루려고 한 것 같지가 않다. 소설에서 그녀는 말로는 자유롭게 살려고 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수동적으로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 억울함을 토로하고 신세를 한탄하기밖에 하지 않는다. 다른 등장인물 열에 아홉은 평면적으로 나쁜 사람으로 등장해 일회성으로 소모된다. 이게 과연 자유롭고 독립적인 인물을 다루기 위한 소설이 맞나 의구심이 들 정도다. 마타 하리의 전반적인 삶이 아니라 재판 하나에 집중되는 후반으로 갈수록 소설로서 어설퍼지는 것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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